미국이 중국 화웨이를 겨냥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산 장비로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할 경우 미 당국의 승인을 받는 방안을 추진한다.
1차적으로 화웨이의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대만의 TSMC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에는 화웨이에 D램과 낸드플래시를 수출하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해외 직접 생산 규정(foreign direct product rule)’ 수정안을 만들었다. 이 규정은 군사용이나 국가안보 관련 기술의 해외 기업 사용을 제한한다. ‘화웨이 고사작전’으로 화웨이의 핵심 파트너사인 TSMC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TSMC의 지난해 매출(약 350억달러) 10%를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차지했다. 로이터통신은 “TSMC 같은 기업이 화웨이로 반도체를 출하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불똥은 여타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에도 튈 수밖에 없다. 중국 에버브라이트증권은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KLA나 램리서치·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같은 미국 업체들의 생산장비에 의존하고 있다”며 “특히 화웨이의 제품 생산이 감소하면 화웨이에 D램과 낸드플래시를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화웨이는 208억달러어치의 반도체를 구매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부문은 화웨이를 포함해 중국 매출이 60%가량 된다”며 “주요 매출처를 잃는 것이 현실화된다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는 계속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 상무부는 반도체 같은 주요 품목에 대한 제3국 기업의 대중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제3국 기업이 중국에 수출할 때 미국산 부품 비중이 25% 이상이어야 미국의 승인을 받았는데 이를 10%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WSJ는 “반도체 수출규제와 관련해 정부의 모든 사람이 지지하지는 않으며, 아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안을 검토하지 않았다”면서도 “미국의 수출금지 조치가 확대돼 화웨이 이외에 더 많은 중국 기업이 규제대상에 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고병기기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