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4분기(1~3월)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고백은 애플과 같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입을 타격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 내 공급망을 보유한 기업 수가 최소 500만개에 이른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투자자들에게 공개한 자료에서 “코로나19로 예상보다 중국 현지 공장의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어 올해 1·4분기 매출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애플은 올해 1·4분기 매출 목표를 630억∼670억달러(약 74조6,000억∼79조3,000억원)로 제시했다. 코로나19의 영향을 감안해 전망치 범위를 넓게 잡았는데 3주 만에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 대기업 가운데 코로나19로 실적 전망치 달성이 어려울 것임을 공식 확인한 사례는 애플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중국 공장이 재가동되지 못하는 것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중국 내 최대 아이폰 조립업체인 폭스콘은 춘제(중국의 설) 연휴 이후 복귀하는 직원에게 3,000위안(약 50만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감염을 우려해 복귀를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이폰 제조공장이 정상화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업체들이 애플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감염 근로자를 격리할 숙소가 적절히 소독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정부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제품 생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웨드부시증권의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애플의 발표는 아이폰 충격이 예상보다 더 극적일 것이라는 최악의 우려를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애플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애플의 이번 발표가 글로벌 경제위축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에 전 세계적으로 500만개의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CNBC에 따르면 글로벌 비즈니스 리서치 회사인 ‘던앤브래드스트리트’는 보고서에서 코로나19와 이에 따른 중국에서의 임시휴업 등으로 전 세계에서 500만개의 기업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던앤브래드스트리트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중국 내 지역에 미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1,000대 기업 중 938개 기업을 포함해 최소 500만개 기업의 2차 공급업체가 최소 1개 이상 있다고 설명했다. 또 포천 선정 글로벌 1,000대 기업 중 163개사를 포함한 최소 5만1,000개 기업이 이들 지역 내에 최소 1개 이상의 직접 공급업체 또는 1차 공급업체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5일 현재 100명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중국 내 지역에 약 4만9,000개의 해외 기업 지사나 자회사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CNBC는 중국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올해 여름까지 억제되지 않으면 글로벌 GDP 성장률을 1%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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