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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코로나發 경제충격 줄이려면 기업 활력 회복에 정책초점 둬야"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中경제 경착륙설 등 비상 상황...정부 정책역량 총동원을

경제체질 개선·생산성 향상 환경 만들면 전화위복 될수도

기금 지배구조 변화 없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본말전도

'사전예방적 기능' 강화하도록 금융감독 문화도 바뀌어야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이 18일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전 이사장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극복하려면 기업이 활력을 회복할 방법에 정책기조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재기자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거시경제와 금융 분야 등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국제금융대사와 금융위원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그의 이력이 이를 보여준다. 전 이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어 세계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비상상황으로 보고 정책조합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실물의 문제인 만큼 기업이 활력을 회복할 방법에 정책기조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이사장을 지난 18일 만나 코로나19 사태의 파장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등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로 중국의 경제적 충격이 큰 것 같다.

△해외 기관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중국 경제는 1·4분기 충격이 제일 클 것이다. 지난해 1·4분기 6% 성장했는데 지금은 2%, 심지어 제로(0) 얘기까지 나온다. 원기가 왕성할 때 펀치를 맞는 것보다 허약 체질일 때 쇼크가 더 크다. 사스가 발병한 2003년에는 10% 남짓 성장했고, 그만큼 충격흡수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 하향 곡선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에 간신히 성장률 6%를 지켰다. 코로나19 발발 전부터 5%대를 얘기하는 곳이 있었는데 이번 충격으로 1~2%포인트를 깎아 먹을 수가 있다. 그러면 4%대인데, 그 이하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착륙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물가 문제도 나오는데.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이후 중국의 중요한 식료품인 돼지고기 값이 폭등하고 있다. 1월 중국 소비자물가가 5.4% 올랐는데 외부 기관들이 예상한 4%대보다 훨씬 높았다. 외신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기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흐름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되면 정책수단이 고갈될 수 있다. 중국은 가장 빨리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나라다. 재정을 풀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물가가 오르면 인민은행이 돈을 흡수해야 하는데 경제를 위축시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어느 정도가 될 것으로 보나.

△사스 때와 비교해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커졌다. 2003년에는 4.3%였는데 지금은 16.3%(2019년 기준)다. 관광·항공 등은 물론 국제 상품시장이 당장 영향을 받고 있다. 유가가 올 1월 15%나 떨어졌다. 초기 단계 추정이지만 세계 경제성장률에 0.3%포인트 내지 0.5%포인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올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이 3%였는데 2.5%가 되는 것이다. 상당한 충격이다.

-관건은 우리 경제의 타격인데.

△여러 분석을 보면 아시아권이 가장 영향을 받는데 그중 제일 큰 곳이 한국이다. 계량적으로 보면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는 0.35%포인트 내려간다. 정부가 올해 2.4%를 얘기했는데 중국 경제가 2%포인트 떨어진다면 1% 중반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외환시장은 중국과의 동조화가 강하다. 원화는 위안화 블록에 집어넣을 정도로 동조화가 심하다. 중국 경제가 약해지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 즉각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크다.

-1·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경제 전반의 영향을 비상상황으로 보고 정책조합을 총동원해야 한다. 단기적인 시장 패닉일 경우 유동성을 세게 풀면 되지만 지금은 실물 문제다. 통화정책만 완화하는 펌프질에 몰입할 상황이 아니다. 경제활동, 특히 실물경제 위축을 막을 수 있도록 기업이 활력을 회복하는 방법에 정책기조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차제에 반복되는 이슈들이 절박하게 해결돼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 문제나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맞다. 잠재성장률의 하락 흐름을 반전시키려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활력을 회복할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예기치 못한 것이지만 이를 계기로 생산성을 높이고 신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패권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사태가 조기 수습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이 빨리 회복되면 충격은 제한적이겠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중국 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 수억명이 초기의 언론통제에 반발하고 있는데 통치체제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미국은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는 그림이고 경제도 잘나가고 있다. 중국이 저렇게 되면 이번 사태가 글로벌 패권의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도 영향을 미칠지.

△1단계 미중 합의의 포인트가 중국의 미국 농산품 수입인데 이번 사태로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약속을 차질없이 이행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또 하나 경제가 나빠지면 위안화 약세 기조가 본격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이 통화가치를 낮춰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데 대해 브레이크를 걸어왔다. 이번 사태가 미중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주제를 국민연금으로 돌려보자. 개혁이 또 좌초됐다.

△정부는 국가의 미래를 보고 판단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당장 총선과 대선이 있으니까 (연금개혁을) 접은 것이다. 비교가 되는 것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브라질도 연금개혁을 한다. 과거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진보정당 소속인데도 노동개혁과 연금개혁을 했다. 저항이 심한 개혁을 해서 다음 정부가 혜택을 누리게 했다. 국가지도자는 자기 임기만 보는 100m 달리기 선수가 돼서는 안 된다. 계주를 한다고 생각하고 바통을 받는 사람이 잘 뛰게 해줘야 한다. 그것이 비전 있는 나라의 모습이다. 성장률과 고령화 추세 등을 고려하면 기금 소진 시기가 다가온다. 국가 미래를 보고 조금이라도 지속 가능하도록 개혁을 해야 한다. 곧 대선 시즌이라 타이밍은 만만치 않지만 다음 국회 초기부터 개혁에 나서야 한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놓고 논란이 많다.

△기금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계속 얘기했지만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조차 변화가 없다. 뒷걸음질쳤으면 쳤지 나아진 게 없다.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기금운용체제를 만들어야 주주권 행사의 명분이 생긴다.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주주권 행사는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맞지만 전제가 있다.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기금운용 원칙에 부합하고 독립적인 판단과 전문가적인 방식을 갖고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수익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외부 입김이 들어갈 구조를 만들어놓고 주주권 행사를 확대하겠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최근 펴낸 ‘전광우의 금융인생’이라는 책에서 ‘금융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했는데.

△현 정부 초부터 금융홀대론이 나왔다. 소관부처에 뛰어난 관료들이 있어도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우선순위에 들지 못하면 힘을 못 얻는다. 세계경제포럼도 금융경쟁력을 지적했고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기업이 있는데 금융은 잘 안 되고 있다. 이유는 규제다. 금융은 어느 나라나 규제산업이지만 규제의 정도와 예측 가능성에서 차이가 만들어진다. 규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면 창의적인 경쟁이 가능하겠는가.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금융 그 자체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발전의 동력을 만드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금융산업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

△선진국과 비교할 때 금융산업의 자율성에 인색하다. 정치권에서는 “규제가 힘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당국도 이해해줄 부분이 있다. 규제를 풀었다가 문제가 생기면 무리하게 책임을 묻는다. 그러면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못한다. 관료의 판단에 책임을 과도하게 추궁하지 않는 문화가 돼야 한다. 그래야 창의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다.

-자산운용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정 지역이 글로벌 금융 허브가 안 돼도 특화해 키울 수 있는 것이 자산운용이다. 우리처럼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나라는 연금저축이 빨리 늘어난다. 국민연금이 세계 2대·3대 연기금으로 크고 있어 운용자금의 풀도 있다. 국민연금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금융산업에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 해외 메가딜 프로젝트에 나갈 때 국민연금이 민간 자산운용사와 같이하면 자산운용업의 세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에 따른 금융사 중징계를 놓고 논란이 있다.

△금융감독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 사후징벌적 감독은 순기능을 가져오기 힘들다. 사전예방적 감독은 급한 일이 아니고 신명 나지 않으니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사전예방을 잘한다고 상을 주는 경우는 없고 사후적으로 세게 안 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또 하나 짚을 대목은 금융상품 소비자의 책임이다.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불완전판매에 징계의 잣대를 집중해 소비자를 과잉 보호하는 쪽으로 가면 시장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 김영기논설위원 young@sedaily.com

he is…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사대부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시간주립대 교수와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쳤으며 1998년 한국에 들어와 경제부총리 특보와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 금융위원장, 국민연금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부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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