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입’ 최성재(샤론 최) 씨가 통역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과 소회,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최 씨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기고한 수기 형식의 글을 통해 아카데미상 무대에 오르기까지 10개월에 걸친 여정을 직접 소개했다.
‘무대 공포증’이 심했던 최 씨는 오스카에 서기까지 남다른 고충도 많았다. 그는 “가면 증후군과 싸웠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사람의 말을 잘못 전달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며 “무대 공포증에 대한 유일한 치유법은 무대 뒤에서 10초간 명상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영화학도로 영화감독 지망생인 그는 “이번 여행은 특권일 뿐이었다.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 산소탱크가 필요했다”며 “감독으로서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는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정말 예기치 않게 ‘봉준호의 입’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첫 번째 통역 의뢰는 단편영화 각본 작업 때문에 놓쳤지만, 두 번째 통역 의뢰를 기꺼이 수락하고선 “(통역할 때) 화장실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방광이 한 시간가량 버텨주기를 기도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최 씨는 초등학교 시절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근교에서 2년을 살았고, 미국의 한 대학에서 영화예술 미디어학을 전공했다.
그는 “어린 시절 미국에서 2년을 보내면서 나는 이상한 하이브리드가 됐다”며 “너무 한국인다워서 미국인이 될 수 없었고, 너무 미국인 같아서 한국인이 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영어 실력을 유지했지만, LA에서 대학을 다닐 때 무심하게 듣는 ‘왓츠업’(What‘s up?)이라는 말에도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씨는 봉 감독의 통역 일이 “모든 장벽을 깨트린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가 됐다”고 묘사했다.
최 씨는 자신의 유명세에 대해 “소셜미디어 피드에서 내 얼굴을 보는 것이 너무 이상했고, 비아그라 광고를 위한 해시태그에 내 이름을 넣은 트윗을 발견하기도 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2월 9일을 기생충의 날로 선포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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