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대구를 긴급 방문했다. 지난 18일 지역 내 첫 코로나19 확진 사례(31번 환자)가 나온 데 이어 이날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18명 추가 확인되면서 비상이 걸린 지역 상황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다.
정 총리를 만난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만의 사례가 아니라 잘못하면 전국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위기에 잘 대응하고 극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정 총리는 “이 문제를 단순히 대구시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함께 걱정하고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오후 대구공항에 도착한 정 총리의 표정은 어두웠다. 정 총리는 수행 인원도 최소화해 대구시청을 방문했다. 대구시청은 이미 권 시장 지휘 하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비상 체제로 전환돼 있었다.
먼저 정 총리는 “어제 오늘 대구에 갑작스럽게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많이 생겨서 권 시장과 대구시 여러분의 걱정과 수고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총리는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함께 걱정하고 극복하겠다”며 “이미 복지부 특별대책반, 행안부 현장상황관리반도 내려와 있고, 행정적 재정적 조치 및 지원을 적극적으로 할 요량”이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약속하면서 경북·울산·부산·경남 등 인근 지자체에도 대구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
정 총리는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감당할 수 있었을 텐데, 혹시라도 만약에 추가로 병상이 필요해지는 상황에 대비해 대구시 차원의 공공 혹은 민간병원에서의 병상 확보가 우선 시급한 것 같다”며 “인근 자치단체와 협조하는 문제도 적극 고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총리는 “대구시민들께서 너무 과도하게 걱정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안전 수칙을 잘 안내를 해드려서 슬기롭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중앙정부에서는 대구시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같이 공동으로 책임 있게 필요한 조치를 적극 해 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권영진 “음압 병동 고갈 사태 대비해야”
권 시장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즉각 대응팀을 파견하고, 중앙대책본부에서도 와서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같이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는 좋은 선례 남겠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하지만 권 시장은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정 총리에게 호소했다. 예를 들어 31번 확진자 및 추가 확진자들의 공통 동선인 신천지 대구 교회에서 접촉 가능자 1,00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하긴 했지만 이들에 대한 역학 조사와 검사 그리고 다시 이들과 관계있는 사람들에 대한 추가 조사 등을 진행하는 데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 때문이다.
권 시장은 “대구 힘만으로는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검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중앙재난본부와 그 부분을 지원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총리께서 살펴봐 주시길 바란다”고 한 번 더 요청했다.
검사 이후 격리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다고 권 시장은 말했다. 권 시장은 “지금 있는 시설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교육연수원 등 공공이 가지고 있는 연수원들을 필요하면 자가격리 시설로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잠정 계획을 설명했다. 또 권 시장은 대구 의료 시설의 음압 병동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전체 음압 병동 중 이미 사용 중인 병동을 제외하면 현재 20~25개 정도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권 시장은 “이대로 이틀 사흘 지나면 음압 병동 고갈 사태가 있을 수 있다”며 “인근 지자체와 협업하겠지만 쉽지 않은 영역이라 중앙에서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천지 대구교회서 확진자 속출
대구시는 전일 확진 된 31번 확진자(61세·여성)의 동선이 워낙 광범위했던 탓에 긴장감 속에 접촉자들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였다. 31번 환자가 방문한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다. 31번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 근무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국내 누적 확진자는 총 51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신규로 확진된 20명 가운데 18명이 대구·경북에서 발생했다. 31번 환자와 연관성이 확인된 환자는 15명, 이 중 14명이 신천지 신도로 확인됐다. 신천지 대구교회는 9층짜리 건물로, 소속된 신도는 9,000명에 달한다.
중대본은 대구 신천지에서의 연이은 감염을 국내 첫 집단 감염 사례로 보고 있다. 또 이곳에서 추가로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방역관 3명, 역학조사관 5명, 행정인력 등 15∼18명을 대구에 파견하는 등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추가 양성자(확진자)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교회 전체에 대한 선별검사, 진단검사를 시행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