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가 낙엽을 쓸고 있었다. 그때 한 남자가 다가오더니 자신은 곧 자살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부디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하는지’ 말해달라고, 답을 얻지 못하면 자신은 계획을 실행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철학자는 명쾌한 답을 건네지 못한다. 남자는 정말 자살했을까. 철학자는 의문에 휩싸인 채 명사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당신 인생의 원동력과 궁극적 가치는 무엇인지’ 묻는 철학자의 편지는 전 세계로 발신됐다. 이 책에는 ‘왜 사느냐’는 물음에 각자의 직업과 지위만큼 다채롭게 답한 예술가·학자·연예인·스포츠선수 등의 회신이 담겨 있다. 편지들을 읽다 보면 우리가 그토록 초조하게 묻고 싶었고 타인으로부터 갈구했던 ‘인생을 사는 이유와 낙’에 대해 나만의 답을 찾게 될 것이다.
심오한 철학자의 질문에 ‘낙관주의’로 응수한 위 인용문의 주인공은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창립자이자 영화제작자 칼 레믈리였다. 막막한 인간의 우울과 절망에 대해 골이 깨지도록 천착하느니 그저 매일 열심히 나가서 일하는 현실적인 일꾼으로 살겠다는 회신에, 철학자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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