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초비상이 걸렸다, 연일 늘어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안전구역’이라는 인식과 달리 확진 환자가 발생한 탓이다. 지난 20일 늦게 제주 해군기지의 병사가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21일 충북 증평의 육군 모부대 소속 장교와 계룡대에서 근무하는 공군 장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불과 하루 남짓한 시간 동안 육해공과 계급을 넘어 코로나19가 영내에 잠입한 셈이다.
군에서 전염병이 확산된다면 두 가지 측면에서 사회보다 훨씬 위험하다. 첫째, 집단생활의 특성상 전염속도가 빠를 수 있다. 병의원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격오지의 경우 즉각적인 대응도 어렵다. 둘째, 대비태세 약화가 우려된다. 감염 우려로 정상적인 훈련이 불가능하고 모이는 것 자체가 제약받기 때문이다.
당장 대구 지역 군부대의 훈련 차질이 우려된다. 코로나19 감염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이 지역에 대해 군도 휴가와 외출·외박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육해공군 본부가 모여 있는 충남 계룡대에 발생한 확진자의 감염 지역도 대구였다는 점에서 군은 이 지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 지역 군부대 감염은 영공 감시 기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 가운데 기동력과 무장이 뛰어나고 작전반경이 가장 넓은 F-15K 전투기가 대구기지에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더 나온다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무단 침범하는 제3국 군용기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육군의 고민은 더욱 깊다. 제주기지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해군이 즉시 착수한 전수조사 대상은 1,000명. 육군은 병력 규모가 커 확진자가 나오면 부대 모두를 탈탈 털어야 할 상황이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20일 밤 정경두 장관 주재로 각 군 참모총장이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22일부터 전 장병의 휴가·외출·외박·면회를 통제하기로 결정했다. 휴가 등을 한 번 묶으면 감염 사태가 진정된 후 누적된 수요가 한꺼번에 터져 부대 관리의 차질이 우려되는데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그만큼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대구 인근 기지가 이미 준폐쇄 상태에 들어간 주한미군과의 연합훈련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3월 훈련이 상황 호전 시까지 무기 연기되거나 도상 훈련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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