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조영제 거부 반응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실수로 조영제를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과실치사 혐의는 물을 수 있지만 의료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조모(53)씨와 방사선사 이모(35)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2,000만원과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대학병원 교수로 근무 중인 조씨는 70대 환자 A씨가 조영제에 거부 반응이 있다는 사실을 병원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파악하고도 지난 2013년 12월 방사선사에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 앞서 조영제 투여를 지시했다. 방사선사 이씨도 CT 검사 전 A씨의 조영제 부작용 이력을 확인했지만 영상의학과 의사나 주치의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조영제를 투여한 이튿날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조씨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고 이씨에게는 의료법 위반도 함께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심은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하고 조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이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이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조씨가 형사처벌을 받은 점이 없고 유족과 합의한 점을 고려해 벌금 2,000만원으로 감형했다. 이어 이씨에게 적용된 의료법 위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방사선사로서 조영제 주입기를 작동한 피고인의 행위는 의료기사법에 의한 것이어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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