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새 학기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에 입학 예정인 이모(26) 씨는 “입사 연기 공지가 워낙 갑작스럽게 내려와 대비할 시간도 없었다”며 하소연했다. 기존 방침대로라면 이달 28~29일이 입사 예정일이라 그에 맞춰 기존에 살던 원룸 계약 마감일을 정했는데 돌연 입사가 연기되며 2주가 뜬 것이다. 이씨는 고향도 강원도 속초라 이삿짐을 본가에 맡겨 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학교 측에 비용 보전 등 대책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학교는 묵묵부답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일선 대학들은 중국인 유학생들의 격리를 위한 기숙사 실을 추가 마련하는 등 기숙사 수용 방침을 바꾸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별 학생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데다 의견 수렴 과정도 생략돼 일부 기숙사생들을 중심으로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는 지난 11일 기숙사생들과 예비 사생들에게 입소 연기 관련 단체 공지를 내렸다. 당시 입소해 있는 기존 사생들을 대상으로는 ‘코로나19 우려로 19일까지 방을 비워달라’는 취지의 공지를 내렸다. 아직 입사하지 않은 예비 사생들에게는 별개로 ‘입사 예정일을 기존 2월 18~29일에서 3월 14일로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방학 동안 기숙사에서 머물며 새 학기를 준비하려 했던 학생들로선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일주일 여를 남겨두고 갑작스럽게 공지된 안내에 사생들이 집단으로 반발하자 연세대는 결국 하루 뒤 단서를 달아 일부 사생들의 경우 기숙사에 그대로 잔류할 수 있다는 안내를 내놨다. 그럼에도 학교의 공지 직후 방을 뺀 남모(23) 씨는 “부모님의 도움을 얻어야 짐을 옮길 수 있는 상황이라 부득이 공지 이후 곧바로 퇴사했다”며 “이후 추가 공지가 나오며 오락가락한 상황을 보며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보완책도 이씨와 같은 예비 사생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특정 사유를 내세워 잔류할 수 있는 대상은 이미 이미 입사한 기존 사생들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이유가 있더라도 아직 입학하지 않은 예비 사생들은 기숙사에 미리 입사할 수 없는 셈이다. 이들은 여전히 2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숙사 외 다른 거처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학생들은 대체 기숙사 마련 등 대책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무응답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짐 보관만은 가능하다는 공지를 내렸다.
예비 사생들은 학교의 대처가 답답하기만 하지만 입학하기 전인 이들은 기존 사생들과 달리 입장을 표명할 만한 공식적인 창구도 없는 처지다. 또 다른 예비 사생 박모(26) 씨는 “기존 사생들이야 집단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니 요구사항이 수용되는데 우리 같은 예비 사생들은 개별적으로 요구하는데다 의견을 전달할 공식 루트도 없으니 상황은 마찬가진데도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며 “당장 비어있는 기숙사 실도 많은데 안된다고만 하니 업무태만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고 꼬집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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