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사퇴 약속“추석때까지 10% 안 되면 사퇴”=그동안 손학규 대표는 지난해 4·3 보궐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터져나온 ‘퇴진론’에 ‘절대 불가’ 입장을 보여왔다. 내홍이 격화되자 손 대표는 그해 4월 “추석 때까지 당의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또 ‘혁신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지난해 7월 손 대표가 내정한 주대환 혁신위원장 체제로 혁신위가 출범했다.
그러나 내홍은 계속됐다. 혁신위원들이 지도부 재신임 안을 내놓자 주 위원장은 열흘만에 사퇴했고, 혁신위는 좌초됐다. 추석이 다가왔지만 당의 지지율은 한자릿수를 면치 못했다. 손 대표는 ‘지지율 10%’ 약속에 대해 기자들에게 “퇴진파들이 거듭 대표 사퇴론을 꺼내고 당을 흔드는 상황에서 어떻게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약속을 번복한 것이다.
◇두번째 사퇴 약속“안철수 대표 오면 사퇴”=지난해 12월에는 손 대표가 다양한 경로로 안철수 전 대표 측에 “안 전 대표가 돌아오면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수용해 전권을 주고 물러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 대표는 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 등 안철수계 여성 비례대표 의원 세 명에게 이같이 제안했다. 김도식 전 안철수 비서실장과도 따로 만나 사퇴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손 대표는 “안 전 의원의 ‘복심’인사가 한 달 전 찾아와 ‘안 전 대표가 돌아올 생각이 있으니 안 전 대표가 올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먼저 요청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이 자신의 뜻이 아닌 안 전 의원의 요구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후 손 대표는 지난달 19일 정계복귀한 안 전 의원이 자신을 찾아 사퇴를 촉구하자 “오너가 최고경영자(CEO) 해고 통보를 하듯 말했다”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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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사퇴 약속“3당 통합으로 사퇴”=손 대표의 사퇴 문제는 3당 통합 과정에서도 줄곧 핵심 문제였다.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조건 없는 통합’에 합의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2일 손 대표는 “3당 통합과 손학규의 거취가 무슨 상관인가. 2선 후퇴를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실제로 3당이 통합 논의 첫날에 주로 논의된 내용도 손 대표의 사퇴 문제로 전해졌다.
손 대표는 또 지난 19일에도 비례대표 의원들의 ‘셀프제명’을 거론하며 “저와 바른미래당은 순간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셀프제명 의총에 참여한 최도자 의원을 따로 만나 “며칠만 더 참아달라”고 설득하며 당을 재정비하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랬던 손 대표가 바로 다음날인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하고 앞으로 평당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통합이 지역정당 회귀에 끝나선 안돼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청년세대와의 통합이 어렵게 돼 당원을 생각하면 제가 생각하는 원칙만 생각하며 꼼짝 있을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도실용 개혁정치를 열어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줘야 할 사명이 있다”고 “그래서 저는 3당 통합에 합의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진짜’ 사퇴하나=일각에서는 손 대표의 ‘진심’에 의구심을 제기한다. 합의문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되는 통합당 대표로는 한명만 등재된다. 이를 바른미래당이 선택하는데, 현재 바른미래당 최고위는 손 대표 측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통합당의 최고위 구성에서도 공동대표 3인 외에 ‘약간명’이 더해진다. 한 탈당인사는 “손 대표가 어떤 인물을 자신의 후임으로 정하는 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왕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여기에 20일 “당대표 퇴임 기자회견은 별도로 가질 것”이라고 한 것과 21일 ‘총선 연기론’을 꺼내든 배경에도 일각에서 의문시된다.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들었지만 다른 ‘꿍꿍이’가 있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유성엽 민주통합의원모임 원내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공동대표들이 공천 등을 좌지우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유 원내대표는 “어느 정도 현실을 감안하고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대표들이 중요 결정권을 가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공동대표들끼리만 논의하는 게 아니라 각 당에서 추천한 최고위원들까지 포함한 최고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공천 절차와 방법을 한 사람의 대표가 좌지우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유 원내대표는 “정상적 당에서 잘못된 주장을 누가 따라주겠느냐, 공동대표도 있고 최고위원들도 다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은 새 지도부를 총선이 끝난 후 5월 중에 전당대회를 열어 선출한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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