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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석훈의 희열...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 이석훈

이석훈의 꿈은 “누가 봐도 값어치를 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보컬그룹 SG워너비 멤버 이석훈’에 이어 ‘뮤지컬 배우 이석훈’이란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인 그의 진짜 목표이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찰리와 ‘광화문 연가’의 월하에 이어 세 번째 무대에서 작품의 타이틀 롤을 맡은 이석훈은 감성 발라더로 갖고 있던 부드러운 이미지를 내려놓고 ‘웃는 남자’를 통해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그윈플렌으로 분장을 시작하면 희열이 올라온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선 작품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이석훈은 첫 연습부터 트레이드마크인 안경을 벗고, 무대 위 그윈플렌처럼 컬을 넣은 헤어스타일을 장착하고 나타나 창작진으로부터 “준비된 그윈플렌”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연습 기간 중에는 얼마 되지 않는 쉬는 날에도 연습실에 출석 도장을 찍어 조시아나 여공작 역의 신영숙이 “연습벌레”라는 별명을 지어줄 정도.

그는 스스로를 ‘완벽주의자라기 보단 완벽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롤에 따라 자유자재로 바뀔 수 있는 유연한 사람이기도 했다. 실제로 앨범 녹음을 할 땐 ‘감정이 앞서는 가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하진 않아요. 다만 합이 중요하다는 건 늘 가슴에 새기고 있어요. 이번 ‘웃는 남자’ 연습을 하면서 계속 보고 듣고 물어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노트를 계속 달라고 제가 먼저 요구했죠. 그윈플렌이 4명이나 되니 연습실에 가서 한번 맞춰보고 온 날도 있어요. 그래도 계속 가서 연습해요. 안 하면 내 손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완벽하지 않아 삐걱거리는 게 싫은 게 커요. 이번 ‘웃는 남자’ 첫번째 공연이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장면이 딱딱 맞았어요. 합이 들어오는 에너지가 느껴져 너무 재미있게 한 기억이 나요.”





EMK뮤지컬이 제작한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가는 작품.

기이하게 찢어진 입을 가진 채 유랑극단에서 공연하던 그윈플렌. 귀족이라는 본래의 신분을 되찾지만, 부유해진 삶에 안주하지 않고 차별을 조장하는 상위 1%들에게 강렬한 일침을 날린다. 하지만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 결국 그윈플렌은 넘버 ‘웃는 남자’에서 무너져버린 정의에 분노하는 괴물이 된다.

이 장면은 그윈플렌의 서사를 차곡차곡 관객들에게 전하던 이석훈이 돌변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거추장스러운 상원의원의 옷을 내던지고 과장된 표정과 몸짓으로 “진짜 괴물은 당신들이야”라며 내면을 표출하기 때문.

이석훈은 “현재도 만연한 차별과 불평등에 대해 품어왔던 생각들, 그리고 인간 때문에 쌓였던 울분들을 ‘웃는 남자’에서 터뜨릴 수 있다. 곡이 끝나면 희열이 느껴질 정도”라며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꼽았다.



실제로 그가 뮤지컬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전달’적인 측면이다. 극을 끌어가는 인물로서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조명하는 이 역시 주인공이다.

그렇기에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극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측면이 있겠지만, ‘웃는남자’의 위대함은 무대가 빈틈이 없다는 점을 먼저 꼽을 수 있어요. 초연에 비해 단단해졌고,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바뀌었어요. 대사가 너무 튀지 않게 자연스럽게 바뀐 것도 좋아요. 그윈플렌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현시대와 닮아있는 점도 주목할만해요. 빅토르 위고의 소설 자체가 결국 계급사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조명 등 모든 걸 닮아냈다고 봐요. 그것도 전혀 이질 감 없이요. 이런 작품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이석훈, 엑소 수호, 슈퍼주니어 규현, 박강현. 이렇게 네 명의 그윈플렌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석훈 그윈플렌만의 강점은 ‘연습량’이다.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연습을 시작한 이래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단다. 실제로 연습을 하던 중 기절을 한 경험도 있다.

‘그윈플렌’이 굉장히 감정소비가 큰 캐릭터이기 때문에 기절한 것 뿐,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던 이석훈은 “소리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다”고 털어놨다.

“연기적인 표현보다 노래적인 고민이 더 많았어요. 뮤지컬은 노래로 이야기도 전달 해야 해요. 소리와 발성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발성도 바꿨어요. 가요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지만, 뮤지컬은 다르다는 것을 이번 작품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어요. 지금 배운 것들을 가요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뻐요.”

이제는 어엿한 뮤지컬 배우로 성장 중인 이석훈. 그의 무게 중심은 이제 ‘뮤지컬’ 쪽으로 기울었다. “이젠 뮤지컬에 발을 푹 담궜다”고 말한 그는 “뮤지컬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 됐다” 고 어필했다.

이석훈은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이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뮤지컬 작품에 대한 말은 애써 아꼈다. 그는 “좋은 역할,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웃는 남자’ 했을 때 저한테 오는 에너지가 굉장히 세다는 건 처음 느꼈고, 이렇게 행복한 적 없었던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좋은 작품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었으면 해요.”

[사진=양문숙 기자]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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