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세와 유명 배우 등에게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해당 A병원이 지난해 보건의료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병원은 프로포폴 과다 처방 등 의심 정황이 나타나 관할 보건소가 현장 확인에 나섰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향정신성 의약품 등 마약류 불법 처방을 단속하는 체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보건의료당국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2월 A병원을 포함해 서울 강남구 일대 병원들의 향정신성 의약품 처방 의심 정황을 발견하고 강남구보건소에 해당 병원들에 대한 현장 감독을 권고했다. 이에 강남구보건소 단속반원들이 A병원에 대한 현장 감독에 나섰지만 병원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반원들은 A병원의 문이 잠겨 있고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며 원장을 만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보건소 측은 A병원을 한 차례 더 방문했지만 역시 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A병원은 현재 폐업한 상태지만 현장 감독 당시는 낮 시간대로 영업 중이었다. 이후 강남구보건소는 A병원에 대한 후속조치 없이 사실상 현장 감독을 마무리했다.
일선 보건소는 이 같은 현장 감독 직후 식약처에 반기별로 감시·점검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당시 강남구보건소는 ‘원장을 만나지 못했다’며 A병원 현장 감독에 대해 ‘점검불가’ 보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강남구보건소 관계자는 “의심병원으로 현장 감독 지시가 내려온 것은 맞지만 불이 꺼져 있고 문도 잠겨 있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당시 현장 감독을 통해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실을 확인했다면 추가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병원의 불법 향정신성 의약품 투여 행태는 지난 수년간에 걸쳐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식약처와 강남구보건소가 지난해 봄에야 처음으로 현장 감독을 실시한 것도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따라 보건소들은 마약 불법 사용이 의심되는 관내 의료기관에 대해 1차적 현장 감독 책임을 진다. 이에 따라 보건소마다 단속반원들은 진료기록부와 의약품 재고 현황 등을 근거로 단속에 나서지만 그동안 A병원의 불법 투약 행태에 대해서는 ‘깜깜이’였던 것이다. 허탕을 친 지난해 봄 단속도 지난 2018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도입 이후 식약처 권고에 따라 뒤늦게 이뤄진 것이다. 게다가 강남구보건소는 현재 A병원에 대한 점검 기록을 유실해 과거 단속 내역조차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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