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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나와 호흡 척척...'언히터블' 김광현, 선발 꿰차나

김광현 MLB 시범경기 선발 데뷔

마이애미전서 2이닝 3K 퍼펙트

주전 포수와도 안정감 있는 플레이

선발 놓고 6대2 경쟁...승산 충분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오른쪽)이 27일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마이애미전에서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와 함께 마운드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히터블(unhittable).’

세인트루이스 지역 최대 일간지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27일(이하 한국시간) 김광현(32)의 투구에 대해 “타자들이 거의 칠 수 없을(nearly unhittable)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2년 800만달러에 계약한 김광현은 이날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열린 시범경기 마이애미 말린스전(7대8 패)에서 생애 첫 MLB 선발 등판에 나섰다. 두 번째 등판이지만 선발로는 처음이라 “(경기 전) 긴장감이 몰려왔다”지만 결과는 ‘퍼펙트’했다. 김광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마이애미 타자들은 한 명도 1루를 밟지 못했다. 외야로 날아간 타구조차 없었다. 2이닝 동안 안타나 볼넷을 아예 허용하지 않으면서 탈삼진 3개를 곁들였고 투구 수 29개 중 18개가 스트라이크였다. 지난 23일 뉴욕 메츠전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해 1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남겼던 김광현은 2경기 3이닝 0피안타 5탈삼진으로 무실점 기록을 늘렸다. 첫 등판에서 시속 148㎞였던 직구 최고 구속이 이날은 151㎞까지 찍혔다. 110㎞의 느린 커브도 섞었다.

탈삼진 5개가 모두 헛스윙 삼진일 정도로 상대 타자들은 김광현의 공을 낯설어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예리한 브레이킹 볼과 체인지업, 90마일 초중반의 직구를 깔끔하게 섞어 던졌다”고 했고 MLB 칼럼니스트 제프 존스는 “다양한 구속의 공이 정말 지저분한 공 끝을 그리며 들어갔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아직 시범경기일 뿐이지만 2연속 호투의 의미는 크다. 선발 로테이션의 두 자리가 비어 있는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을 포함한 6명 정도를 놓고 4·5선발을 저울질 중인데 앞서 경쟁자들이 잇따라 잘 던졌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이날 마이애미 4번 타자 헤수스 아길라를 공 5개로 삼진 처리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길라는 2018년 35홈런 108타점을 올린 오른손 거포다.

주전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38)와의 첫 호흡도 좋았다. 23일 경기에서 다른 포수가 받았던 김광현의 공을 이날은 몰리나가 받았다. 김광현은 1회 초구와 2구에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나는 공을 던졌지만 이후 안정감 있는 투구로 돌아섰다. 그는 몰리나의 노련한 리드 덕에 편안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몰리나는 은퇴 뒤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한 명포수다. 세인트루이스에서만 17년째인 그는 올스타와 골드글러브에 각각 9차례 선정됐고 2006년과 2011년에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약속했던 2이닝을 던지고 들어가는 김광현을 향해 몰리나는 주먹으로 미트를 치는 동작을 취해 보이며 믿음을 보냈다.

김광현은 뜸들이지 않고 던지는 빠른 투구 템포로도 주목받고 있다. KBO리그 때부터 투구 사이 시간이 가장 짧은 선수 중 한 명이던 그는 미국에서도 타자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 경기 후 빠른 템포에 대한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김광현은 재치 있는 답변을 남겼다. “빨리 던져야 야수들이 지치지 않는다. 경기 시간이 줄어들면 리그 흥행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 그는 “경기가 빨리 끝나야 여러분(취재진)도 집에 일찍 갈 수 있지 않느냐”고 농담을 건네는 여유를 보였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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