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개학 연기 후속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긴급 돌봄 서비스가 교육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학교별로 제각각인데다 운영 시간이 전일제 돌봄이 아닌 탓에 아이를 맡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문을 닫는 학원도 늘고 있어 직장인 학부모들은 개학 연기 기간 육아를 위해 연차를 사용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27일 경상북도교육청은 다음주 개학연기 기간 진행될 긴급 돌봄 수요조사를 지난 24~26일 진행한 결과 유치원생 1,123명, 초등학생 778명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취학대상자 수만 해도 2만2,030명에 달하는 데 비해 긴급 돌봄을 신청한 학생 수가 턱없이 적은 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확산된 영향도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긴급 돌봄 수요가 저조한 현상은 비슷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A 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이 1,600여명에 달하지만 긴급 돌봄을 신청한 학생은 한자릿수에 그쳤다. 그나마 학교의 경우 긴급 돌봄을 운영하지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집의 경우 휴원하는 곳이 많아 지역별로 돌봄 서비스 제공이 전무한 곳도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가 초유의 개학 연기 후속대책으로 내놓은 긴급 돌봄이 교육현장에서 외면받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운영시간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는 학부모 입장에서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일제 돌봄이 필수인데 다수 학교가 오후1~2시에 돌봄 서비스를 마칠 예정이다. 또한 일부 학교에서는 긴급 돌봄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등원 유아는 물론 일가족 전체가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서약서를 제출받는 등 입원절차도 까다로운 편이라 기피하는 학부모들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에 자녀 취학을 앞둔 한 학부모는 “학교로부터 긴급 돌봄 서비스 수요조사 전화를 받았지만 가장 중요한 시간에 대해서는 안내가 없었다”며 “개학 연기 기간 휴가를 쓸지 아직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이 위생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지만 긴급 돌봄 현장에서 바이러스 전파를 우려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이에 대해서는 교육현장에서 돌봄 책임을 지게 되는 교육 공무직 돌봄 전담사들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박성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아이들의 경우 마스크를 강제로 쓰고 있으라고 말하기 힘든데 소수에 불과한 돌봄 전담사들이 관리하기 힘들다”며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에 한해서라도 돌봄 서비스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잡히지 않아 개학 연기가 추가로 연장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최근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낸 코로나19 대응 신학기 학사운영 방안을 통해 후속 조처로 학교 휴업을 1~3단계로 나눴는데 3단계 조치의 경우 최장 8주 이상 개학이 추가로 연기될 수 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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