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유상증자로 손해를 입은 씨모텍의 소액주주들이 증권 집단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지난 2005년 증권 집단소송제 도입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대법원의 본안 판단이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한 지 9년 만에 피해 주장액의 10%만 인정해 제도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7일 씨모텍 투자자 이모씨 등 186명이 DB금융투자를 상대로 낸 증권 집단소송에서 이씨 등에게 14억5,000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씨모텍 주주는 소송을 제기한 186명을 포함해 4,972명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증권 집단소송은 소액주주 일부가 주가조작·분식회계·허위공시 등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승소하면 피해자 모두에게 보상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소송을 진행할 수 있기에 지금까지 판결이 나온 소송은 1건에 불과하다. 2017년 7월 주가연계증권(ELS)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도이체방크를 상대로 증권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항소 취하로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으로는 GS건설 분식회계 소송이 있지만 2013년 소송 제기 후 2016년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 아직 1심에 머물러 있다.
앞서 이씨 등 씨모텍 주주들은 2011년 1월 DB투자증권이 주관한 씨모텍 유상증자에 참여해 추가로 주식을 취득했다. 하지만 씨모텍은 이후 대표이사의 횡령·배임·주가조작 등의 의혹에 휩싸이면서 같은 해 9월 상장폐지됐다. 이에 이씨 등은 DB투자증권이 씨모텍 최대주주 나무이쿼티의 차입금 220억원이 자본금으로 전환됐다고 허위로 기재해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증권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DB투자증권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면서 책임 비율을 10%로 정하고 14억5,500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이날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 대법 판단에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도입된 증권 집단소송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에 승소한 씨모텍 소액주주들은 9년에 걸쳐 소송에 매달렸지만 1인당 배상금은 평균 29만여원에 불과하다. 집단소송의 특성상 소송기간이 길고 설사 승소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주주들이 입은 피해를 구제받기에 턱없이 배상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씨모텍 소송을 대리한 김상원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법원이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증권사의 책임을 엄격하게 인정했지만 실제 배상액은 낮게 잡아 앞으로 증권 집단소송제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며 “집단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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