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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전산업 공기업화 요구 가당치 않다

중부발전 등 발전 5개사 노사협의체가 최근 한국전력에 ‘한전산업개발을 다시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협의체는 2018년 12월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 김용균씨 사건을 계기로 발전 분야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해왔는데 한전 자회사 재편입으로 결론을 내리고 이를 한전에 요청한 것이다. 한전산업의 최대주주인 한국자유총연맹(31%)에는 지분매각을 주문한 모양이다. 한전이 자유총연맹 보유지분을 매입하면 한전산업을 공기업으로 전환해 문제를 푼다는 게 협의체의 생각으로 보인다.

협의체 구상대로 되면 2003년 민영화된 한전산업은 17년 만에 다시 공기업이 된다.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발전 분야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한전에 부담을 떠넘기는 방법으로는 곤란하다. 한전산업 공기업화는 공기업 효율화를 위해 김대중 정부 때 결정된 전력산업 민영화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것도 경제논리가 아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치 잣대를 들이대면서 역주행하겠다니 안 될 말이다. 발전설비·운전 부문을 사실상 독점하는 공기업 탄생으로 민간기업의 설 자리가 아예 없어질 우려도 크다. 무엇보다 탈원전 후유증에 시달리는 한전에 부담이 가중될 게 뻔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동원되면서 한전은 2018년 적자전환해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이보다 더 큰 폭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죽하면 한전이 한전산업 지분(29%)을 ‘매각 가능 물량’으로 공시했겠는가. 이런 마당에 친노동정책 부담까지 떠안기면 전기료 인상 등으로 국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직원 2,600명에 달하는 한전산업 공기업화는 철밥통이 하나 더 추가된다는 점에서 자체만으로도 재정에 큰 부담이다. 그렇잖아도 비대해진 공기업의 군살 빼기에 속도를 내야 할 판에 정반대로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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