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3개월간 개최한 특별전 ‘가야본성: 칼과 현’은 1991년에 열린 ‘신비의 고대국가, 가야’ 이후 28년간 축적된 가야 고고학의 조사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최신 성과를 기초로 가야사를 본 궤도에 올린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 부제가 가야의 강성한 힘을 상징하는 ‘칼’과 조화를 보여주는 가야금의 ‘현’으로 표현될 정도로 가야를 새롭게 이해하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난다.
고대국가를 알기 위해서는 신화·역사·문화 등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박물관 전시도 고고학 성과를 바탕으로 한 문화와 생활사를 보여줘야 한다. 더불어 그 문화가 가진 역사적인 맥락을 보여주고 그 시대 사람들이 인식하고 기억한 신화의 세계로 이끌어야 한다. 전시가 유물을 나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역사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번 전시는 가야 건국신화의 세계를 문화사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전시에 도입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이자 자신감의 표현이 감지된다. 통설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국립박물관 전시의 도전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가 새롭게 와 닿는 이유는 새로운 고고학 성과를 반영해 가야사의 범위를 확장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백제의 땅으로 여겨졌던 호남 동부지역을 가야의 역사로 끌어들여 삼국의 틈바구니에서 살아 숨 쉬는 가야를 찾게 됐다. 삼국사기와 중국 사료인 양직공도에 나오는 ‘기문(기물)’이라는 가야의 작은 나라를 소생시켰다는 점도 큰 의의를 가진다. 가야라는 통합성뿐만 아니라 그 안에 살아 움직이는 작은 나라의 자율성에도 주목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가야 역사에서 논쟁이 된 분야에 대해 관람객이 판단할 여지를 남기는 ‘참여형 전시’를 지향하고 있다. 일례로 그간 신라로 인식됐던 창녕지역의 고고 자료를 전시해 사료 속의 ‘비화가야(비사벌)’를 되살리고 있다. 토기 문화에 보이는 비화가야의 특성을 끄집어내 역사 속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비화가야를 고고학의 세계로 확장하는 시도를 했다.
가야의 여러 나라는 토기를 통해 자신들의 특색을 표현했으며 쇠로 만든 갑옷을 통해 강한 힘을 발휘했다. 남해안의 열린 공간을 통해 외부 세계와 교류하는 개방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가야의 특성을 ‘공존과 화합’이라는 주제로 녹여내고 있다. 가야는 산과 하천을 끼고 형성된 분지에 위치한 작은 나라가 모여 ‘하나의 가야’를 지향했다. 그 안에서 가라국·아라국·다라국 등 소국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됐으며 이를 연결해 ‘가야’라는 통합성을 발휘했다. 가야는 삼국의 문화를 보여주는 전시들처럼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담아내기에는 훨씬 풍부한 다양성을 가진 문화 국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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