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연말정산 서류를 뒤져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신도를 색출하는 ‘신천지 아웃팅’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사업장 내 감염과 조업 중단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직장 내 괴롭힘’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조언이다.
28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최근 복수의 기업이 연말정산 내역과 기부금영수증을 통해 근로자가 신천지 신도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종교 등 비영리법인에 낸 헌금 등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회사에 기부금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직원이 신천지 신도인지 알 수 있는 최신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A 사장은 “지정기부금을 금액별로 추려 규모가 큰 경우 물어보면 신천지 신도라고 자백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회사들은 근로자가 신천지 신도라고 확인되면 △대구·과천 등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추궁한 뒤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 △자가격리 및 재택근무 △식사를 함께하지 말고 별개로 할 것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초 신천지가 법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채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세금 탈루’ 논란이 일었지만 신천지가 이름을 바꿔 서울시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것이 최근 알려지면서 세액공제 신청도 가능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신천지는 2011년 11월 ‘영원한 복음 예수 선교회’로 법인 등록 신청했으며 서울시는 이에 대해 허가를 냈다. 2012년 4월 대표자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으로 변경됐고 그해 7월 이름이 ‘새하늘 새땅 증거장막성전 예수선교회’로 바뀌었다. 서울경제가 법원에서 발급받은 등기부등본에는 사단법인 설립 목적이 △영원한 성경복음의 전도·전파 △전국 지부회·지교회 및 신학원을 통해 천국복음화 선교운동 △종교적 사회봉사 및 각종 생활 구제 등으로 돼 있다. 지정기부금의 요건인 ‘종교의 보급 등을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 설립한 비영리법인’에 포함된다.
다만 연말정산을 위해 제출한 서류를 목적에 맞지 않게 남용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어 ‘직장 내 괴롭힘’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①사용자 또는 근로자가(이 경우 사용자) ②지위의 우위를 이용해 ③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경우로 해석하고 있다. 최혜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신천지 신자임을 확인해서 밥을 따로 먹는다거나 업무의 배제로 이어진다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코로나19가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고 확진자가 발생했을 시 다른 근로자의 산업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무지시 정도는 가능하다는 법률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신천지의 경우 자신이 신도임을 감추는데다 회사 입장에서는 확진자가 한 사람만 나와도 2~3일 건물을 폐쇄하는 상황”이라며 “미리 신천지 신자라는 것을 밝혀달라고 공지한 후 연말정산 서류를 검토하고 자가격리를 요청했다면 산업안전 보호라는 사업자의 의도가 참작되겠지만 징계를 내렸다면 부당징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이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사단법인에 대해 “현재 법인 취소에 해당하는 사실이 있는지 확인 중에 있고 확인되는 대로 취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법 38조에 따르면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행하는 행위를 할 때는 주무관청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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