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한 전격 수사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천지가 정부에 제출한 신도 명단과 공개한 종교 시설이 실제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동시다발적으로 발표하면서다. 일부 지자체는 신천지 측이 명단과 시설을 고의적으로 누락·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도 제기한다. 대구시는 이미 지난 28일 이와 관련해 고발을 단행했고,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도 고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일부 지역별로 발생하는 방역저해 행위 등에 대하여 압수수색 등으로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이미 수원지검 형사6부에는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가 신천지의 명단·시설 공개와 관련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고발한 사건이 배당돼 있기도 하다. 수원지검은 배당 하루 만인 전날 고발인 조사도 실시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참사’ 때 구원파에 대한 수사가 참사 8일, 사건 배당 3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검찰이 신천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아직 정부는 지자체로부터 역으로 명단을 받아 대조해보지는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확실한 근거 없이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할 경우 총회와 신도가 비협조적으로 돌변하면서 방역정책에 오히려 저해되는 효과를 빚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경제의 취재 결과 현재까지 지자체가 직접 입수한 명단과 정부가 신천지로부터 제출받아 지자체에 전달한 명단에 차이가 있다고 한 지자체는 대구·경기·전북·광주·경남·부산 등 6곳이다. 정부는 지난 25일 신천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신도 21만2,324만명을 주소지 기준으로 선별해 지자체에 내려보냈다. 또 26일에는 교육생 6만5,127명과 해외 신도 3만3,281명의 명단을 추가로 제출받아 교육생에 대한 명단도 내려보냈다.
지자체별 명단 차이는 |
이에 대구시는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들이 교육생 등 신도 명단을 고의로 누락하고 제출했다고 보고 28일 오후 6시경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인은 권영진 대구시장, 피고발인은 신천지 대구교회 자료제출 담당자, 관리책임자 등 가담자 전원이다. 이는 신천지 대구교회가 일부 명단을 처음부터 제공하지 않아 방역대책에 혼선을 초래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경기도에서는 신천지교회 과천본부 강제 역학조사를 통해 확보한 명단은 3만3,582명이지만 질본이 건네준 명단은 3만1,608명으로 1,974명 차이가 났다. 경기도 명단과 질본 명단 중 겹치는 인원은 3만1,411명인데 경기도 명단에만 있는 인원은 2,171명, 질본 명단에만 들어있는 신도는 197명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두 명단을 대조한 뒤 중복자와 타 지역 거주자를 제외한 3만3,809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전북에서는 신천지 신도 746명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질본에서 받은 명단은 1만1,135명이었으나 추가로 발견됐다는 것. 전북도는 27일 오후 ‘주위에 신천지 교인을 알고 계신 분의 제보를 바란다’는 내용의 긴급재난 문자를 발송, 제보를 받아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광주에서는 신천지 광주교회가 제출한 명단과 질본이 내려보낸 명단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시가 신천지 광주교회로부터 확인한 전체 신도는 3만2,093명(재적 2만6,715명, 교육생 5,378명)이나 정부로부터 받은 교인과 교육생 총인원은 2만4,883명으로 7,210명이 적었던 것.
또 부산에서는 지금까지 부산지역 확진자 중 역학조사를 통해 신천지로 확인된 4명의 이름이 정부의 명단에는 아예 없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외에 경남의 경우도 자체 조사한 명단은 9,157명이었지만 정부에서 건네받은 명단은 8,617명으로 540명 차이가 났다.
시설도 추가 발견 |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MBC 라디오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본래는 170군데라고 알려왔는데 여러 가지 시민들의 제보라든지 신천지의 위치알림앱, 이런 걸 확인해 보니까 263개소를 추가로 우리가 파악했다”고 강조했다.
대구는 교인이 운영하는 시설 등 9곳을 추가 확인하고 강제 폐쇄 명령을 했으며, 이같은 시설 은폐 의혹을 전날 고발장에 담았다. 또 포항에서는 시민 제보를 받아 경찰과 함께 시설 4곳을 추가로 찾아냈다고 밝혔으며 전북도 리스트에 없는 시설 5곳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는 신천지 측이 위장교회와 비밀센터(비밀리에 진행하는 포교장소) 429곳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천지의 해명은 |
지자체 자체 조사와 정부 제출 명단의 차이에 대한 신천지 측의 해명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정부가 지자체에 전달한 명단에서는 미성년자가 빠져서 숫자 차이가 생겼다는 것이다. 앞서 질본은 국내 신도 21만2,324명을 내려보낼 때 미성년자 1만6,680명을 제외했다. 미성년자의 경우 부모를 통해 확인하려는 방침이었다고 한다. 경기·경남·광주의 숫자 차이 중 일부가 해당한다. 또 질본에서 제공한 명단에선 출결 제외자(군인, 수감자 등) 등도 제외됐다고 한다. 경남도 측은 “질본 통보명단에는 미성년자와 타 시·도 전출자, 교육생, 출결 제외자(군인, 수감자 등)이 제외되어 있어 자체조사 결과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신천지 측은 정부가 거주지 주소 기준으로 지자체에 명단은 넘겼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교회를 다니는 신도는 해당 교회의 신자 명단에선 누락됐을 수 있다고도 했다. 교회로부터 직접 명단을 입수한 경기와 광주에선 이같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신도의 실제 거주지와 명단 상 주소지가 달라서 생기는 숫자 차이도 있다고도 했다.
‘시설 축소 공개 의혹’과 관련해서는 지자체가 새로 발견했다는 시설들은 교회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란 입장이다. 신도 개개인이 카페와 같이 사적으로 운영하는 곳이어서 관리 대상이 아니고 파악하지도 않고 있어 리스트에 없다는 것이다. 신천지의 한 관계자는 “교회와 복음방, 센터 등 신천지 총회의 재산이면서 공식 관리 대상인 장소는 모두 공개했다”고 했다.
신천지와 각 세우는 지자체 |
오거돈 부산시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신천지 쪽에 다시 한번 명단 제출을 촉구하고 불가할 경우 강제수단 검토 등 공권력을 발동할 수 있다”이라고 밝혔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전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부로부터 받은 신도 명단과 추가 명단은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며 “제공 명단과 현장 사이에 발생하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발견된 시설 은폐와 명단 누락에 대해서는 책임자 고발, 시설 폐쇄와 추가방역, 법인 취소 등 엄중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언급하며 “다른 신도들에게도 다 나와서 검사를 받아라, 이렇게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만약에 지금 이 단계에서 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앞으로 감염되고 그 감염으로 인해서 사망하는 경우에 이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상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에 대해서 법적 검토를 거쳤는데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해서 저희들이 고발까지 하겠다”고도 했다.
법무부는 대응 주문.. 방역당국은 유보적 |
즉 필요하다면 검찰이 혐의를 인지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수사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법무부가 공개적으로 압수수색이란 방식까지 거론하며 인지 수사를 주문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이같은 법무부의 강력 대응 주문은 방역당국과 조율된 것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방역당국은 아직 신천지 명단의 고의 누락, 은폐 가능성과 이에 대한 강제수사 필요성에 대해선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오전 11시 정례브리핑에서‘신천지 측으로부터 제공된 신도들에 관한 정보가 왜곡이나 숨김이 없이 정확하게 정부 측에 제공되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일부 지자체의 사례는 거꾸로 저희가 지자체의 정보를 입수해서 비교 ·분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가 답변드리기는 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조정관은 “지자체의 확인 과정에서 정부가 제공한 이 정보가 실제 정보와 다르게 누락되었거나 아니면 왜곡되어있거나 하는 사례가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이러한 사례들을 지자체로부터 직접 저희가 입수하고 그러한 결과를 보고 그다음에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에 정확한 정보제공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있으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수사 신중론도 나와 |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착수가 공개되면 여론은 의혹을 어느 정도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며 “신천지에 대한 낙인찍기 효과가 강화되면서 이에 대한 신천지 측의 반작용도 더욱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신천지 측은 방역 당국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신천지 총회나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고 신자들 사이에 이것이 부당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태도가 돌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예컨대 현재 지자체에서 연락이 닿지 않는 신천지 신도들이 더더욱 숨어들 수 있으며, 기존에 연락이 닿던 신도들도 자가 격리에 응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
이미 신천지 측에선 이번 국면에서 여론몰이, 낙인찍기를 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상태다. 신천지는 전날 입장 발표에서 “신천지 성도들을 향한 저주와 핍박을 이제 멈춰달라”며 “가짜뉴스와 추측성 보도, 기존 비방자들의 말에 의존한 일방적 보도를 즉각 중단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금은 수사보다는 방역에 집중할 때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 지사는 전날 브리핑에서 확보명단의 전체적 차이는 신천지 측의 왜곡도 의심해볼 만한 여지가 있다”면서도 “허위명단 제출에 따른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허위명단 제출의 경우 신천지 지도부가 행한 일로 추정되지만 신도들은 경기도민이자 피해자이며 보호받고 치료받아야 할 대상자인 만큼 방역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코로나 국면에서 신천지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주창하는 것에 대해 “자기 정치 위한 이미지 구축 속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방역당국이 지자체가 확보한 신천지 명단을 건네받아 신속히 대조해보고 이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결론지어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법조계의 다른 관계자는 “방역이 최우선인 현재 상황은 수사기관도 방역당국의 기조를 중심에 두고 발을 맞춰야 할 때”라며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기보다는 방역당국에서 방향을 정했을 때 유기적으로 신속하게 협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