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포교' 신천지, 총리실까지 접근 시도했단 증언 나와

정운현 전 총리비서실장 경험담 공개

'평화' 위장해 이낙연 당시 총리 면담 시도

정 전 실장 "거짓말 확인 후 접근 차단 해"

출처=정운현 전 총리비서실장 페이스북.

코로나 19 국내 집단 감염의 근원지로 지목받는 종교집단 ‘신천지’의 포교와 교육 시스템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들이 국무총리에게까지 접근을 시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운현 전 총리비서실장은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임 당시 신천지 소속 단체가 총리실에 접근해 왔던 일을 회상했다. 정 전 실장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해 8월 하순 시작됐다. 정 전 실장은 총리실 의전팀으로부터 ‘어떤 사람들이 집요하게 이낙연 (당시) 총리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정 전 실장은 의전팀으로부터 그들의 연락처를 건네 받아 연락을 먼저 취했다.

그들은 정 전 실장에게 자신들을 ‘세계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라고 소개하면서 총리를 만나 이런저런 제언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전화 통화 다음 날, 그들은 약속도 없이 서울청사로 찾아와 정 전 실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에 정 전 실장은 사정을 알아보기 위해 여성 1명, 남성 2명으로 구성된 면담 신청자들을 만났고, 그들은 정 전 실장에게‘ HWPL(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명함을 건넸다고 한다.

정 전 실장은 “그때만 해도 HWPL이라는 단체를 잘 알지 못했다”며 “(그들 중 한 명인) 권 아무개 이사가 봉투 속에서 내민 두꺼운 화보집을 보니 매 쪽마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사진이 실린 것을 보고서 비로소 이 단체가 신천지 소속임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정 전 실장은 곧바로 그들에게 거절 의사를 표시하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3개월이 지나 11월 하순 권 아무개 이사가 이번에는 정 전 실장에게 “총리께 사전에 연락이 됐다”며 총리면담 가능 시간을 물어왔다. 정 전 실장은 “면담 용건과 동행자가 누구냐고 물어보았더니 평화통일 운운하면서 총리 면담이 성사되면 이만희 총회장이 온다고 했다”며 “하지만 의전팀에 확인해보았더니 그날 그 시각에 총리 면담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심지어 정 전 실장은 혹시 몰라 총리에게 한번 더 개인적으로 면담을 허락한 적이 있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당연히 그런 일은 없었다.

정 전 실장은 “결국 총리와의 면담 약속이 잡혔다고 한 것도 거짓말이었고, 방문목적도 순수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총리 면담을 통해 총리를 포섭한 후 자신들의 세력확대나 영향력 과시용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총리 의전실 뿐 아니라 이후에도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계속 연락을 해왔다”며 “심지어 지인을 통해 만나고 싶다고 집으로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은 총리 면담은 소정의 절차와 매뉴얼이 정해져 있다고도 소개했다. 구두나 문서로 총리 면담이나 행사 참석 요청이 접수되면 1차로 의전비서관실에서 기본적인 사항을 살펴 문제가 있는 경우엔 걸러낸다. 이후 의전비서관이 비서실장과 협의해 가부를 결정한 후 이를 총리에게 보고해 최종 확정한다.
/정영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