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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우성, 지푸라기를 바라지 않는 삶..“절박한 시기는 있었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서 태영 역

정우성의 화두.. ‘잘 죽어가야 한다’

정우성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특별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가 원하는 자유로운 캐릭터 구현에 대한 열망이 그대로 투영됐다.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지난 25년 동안 갖고 있는 외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긴 시간의 노력들이 이 작품을 통해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도연 씨도 태영이란 인물을 처음 만났을 때 ‘정우성이 저래도 되나’라고 놀랐다고 하지 않나. 그런 것들을 다 깨야했던 작업이었다“고 털어놨다.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극이다.





돈 가방을 둘러싼 욕망보다 절박한 사람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시나리오가 정우성의 마음을 끌었다. 그는 ”원작의 힘을 잘 살려서 재미있게 각색한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 “ 며 “영화가 주요 인물에만 초점을 맞춰 인간의 욕망을 악의적으로 그리지 않고, 욕망 앞에 놓인 여러 인물을 보여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정우성의 고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재미가 있다. 젠틀하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를 탈피했다. 정우성을 바라보는 낯선 눈빛을 극복해내면서 태형을 보여준 그는 “촬영할 때 태영이라는 캐릭터의 허점을 극대화시켜 풍자적으로 연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한 상황을 위트있게 그려낸 그의 연기 덕분에 관객들의 공감대는 커졌다.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 후 정우성은 ‘비트’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신의 한 수’ ‘나를 잊지 말아요’ ‘아수라’ ‘강철비’ ‘인랑’ ‘증인’ 등에 출연하며 27년차 배우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는 늘 ‘지푸라기를 바라지 않는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그에겐 10대 때 자퇴 후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만 있었을 뿐 ‘희망’을 위해 막연하게 움켜잡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에게 ‘꿈’은 자신을 이끌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뭔가의 의지와 준비가 있는 바람이라면, 희망은 막연한 어떤 것처럼 느껴진다고 정의했다. 정우성은 “내가 바라는 어떤 걸 위해 뭔가를 움켜쥐었다면 익사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고 지난 시절을 돌아봤다.

“제가 생각하는 지푸라기요? 희망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희망은 막연하잖아요. 그렇다면 아무것도 없는 제가 뭘 해야 했을까요. 순간 순간 다가오는 어려움 속에서 잡을 수 밖에 없는 여러 지푸라기들이 있었지만 다 포기했던 것 같아요. 물론 개개인이 가진 절박함은 다 다른 거니까 단정 지어 말 할 순 없어요. 내가 바라보고 있는 길은 막막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데, 날 해칠 수 있는 기회가 순간 순간 다가와요. 그렇게 닥치는 대로 오는 기회를 잡지 않았어요. 누군가에겐 소신, 용기로 보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무모함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전 제가 원하는 꿈을 위해, 원하지 않은 희망이란 끈을 잡고 싶진 않았어요.”

배우로서 행보 외에도 2014년부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했다. 연출 데뷔작인 김남길, 박성웅 등이 출연하는영화 ‘보호자’도 준비 중이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고요의 바다’ 제작에도 참여한다.





요새 정우성의 화두는 “잘 죽어가는 것”이다. 유명인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또 중년에 접어든 남자로서 어떤 기성세대가 되어야 할지 고민의 결과이다. 후배 세대에게 미안한 기성세대는 되지 말았으면 한다는 그의 바람이 담겼다.

“남은 건 나이 먹어가는 것 밖에 없지 않나. 나이 먹은 세대들이 빨리 빨리 뭔가를 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원치 않는데도 아재가 되고 꼰대가 된다고들 해요. 그게 결국 세대 간의 갈등이 되고, 사회를 각박하게 돌아가게 만들어요. 젊은 세대들은 기성 세대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 기성세대가 지금 세대에 어떤 말도 할 수 없게 됐죠. 얻은 게 많은 기성세대들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무엇이 바람직한 세상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봐요.”

어쩌면 정우성의 행보와 발언들이 좀 불편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는 누군가의 충고는 귀담아 듣긴 하지만, 타인의 칭찬이나 악플 세례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타인의 평가에 좌지우지되진 않아요. 오히려 충고의 의미가 담긴 말들은 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지만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존중이니까요. 절대적인 칭찬, 악플은 다 내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각자 하는 말에 가깝죠.”

‘잘 죽어가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정우성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연예계 쪽의 제도적 허점들을 미비하게나마 조금씩 바꿔나가고자 했다. 자신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얻은 것을 이젠 내려놓으면서 ‘나누며 풀어나가는 과정’을 행동으로 옮기고자 했다.

“영화제작이든, 드라마제작이든 나라는 사람으로 기회가 조금이나마 만들어지기 쉬웠다면 그 기회를 나누고자 생각했어요. 신인감독, 업계 인정받지 못하는 프로듀서, 기회가 없었던 친구들과 함께 제도적 허점들을 진맥하고 바꾸어나가고 싶어요. 저물어가는 세대로서 ‘잘 죽어가야 한다’는 말 역시 그런 맥락에서 했던 말입니다.”

[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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