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1일 오후 응우옌부뚜 주한베트남대사를 초치했다. 베트남 정부가 한국 국적 항공사들에 대해 예고 없이 착륙을 불허하는 등 과도한 불편을 초래했다는 점에서다. 외교부는 미국이 대구 지역에 대해 자국민을 상대로 여행경보를 최고 단계(4단계)인 ‘여행 금지’를 발령한 데 대해서도 지나친 조치 자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해외 이동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가 공식 발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대구를 중심으로 한동안 계속 큰 숫자로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보다 검사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은 미국·일본은 물론 유럽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있어 글로벌 이동 제한 이슈는 조만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세계 각국이 서로 제한 조치를 주고받으면서 이동과 교류 전반이 위축되고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10시 기준 한국발 입국 부분·전체 금지 조치를 한 국가는 36곳, 입국 절차 강화를 한 국가는 45곳이다.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 상향은 25곳, 경보는 5곳, 안전공지는 34곳이 냈다.
외교부 당국자는 “입국 제한 조치 국가를 분석해보면 소규모 국가, 방역 역량이 취약한 국가가 많다”며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불안감 때문에 선제적으로 조치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방역 취약국 중심으로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사례가 더 늘 것이라고 해당 당국자는 전망했다.
문제는 한국과 교류가 많은 국가다. 중국·베트남·미국 등이 대표적이다. 외교부는 베트남 정부의 한국인 여행 제한에 대해 응우옌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엄중하게 항의했다. 미국 국무부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직접 전화했다. 현재로서는 한국인에 대한 미국 입국 제한과 관련된 별도의 조치는 없다. 외교부는 한국 출발 전 여행객 건강 체크 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미국 여행에 제한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한국의 검사 진행 및 결과 투명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미국 내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추가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의 급속한 글로벌 확산세가 세계 각국의 입국 제한 분위기를 완전히 다르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각국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서로 경계하게 되면 글로벌 교류 전반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