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방을 새로 구하려는 문의 보다 계약 취소 문의가 더 많네요.”
지난달 28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앞에 위치한 S부동산을 찾았을 때 중개업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함에 따라 입국을 포기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속출하면서 자취방 계약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가 잦아서다. 신학기를 앞두고 활기를 띄어야 할 대학가 부동산 시장도 코로나19로 인해 ‘거래 절벽’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폭증한 지난달 하순부터 대학가 원룸촌을 중심으로 임대차 계약 해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이 주로 찾는 경희대 인근 R부동산은 하루 2~3건꼴로 기존 계약이 파기되고 있다. R부동산 직원들은 최근 새 계약 관련 업무보다 기존 계약 파기 건을 처리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R부동산 관계자는 “집주인에게 이미 계약금까지 냈지만 손해를 감수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중국인 유학생들도 적지 않다”며 “중개 수수료는 원칙적으로 계약이 완전히 성사돼야 받는 것이라 집주인들에게 요구하기도 애매하고 자진해서 주는 집주인들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사립대 중 중국인 유학생이 네번째로 많은 한양대 인근 부동산 업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왕십리역 인근 T부동산 대표는 “중국인 유학생들도 아직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지만 벌써부터 몇 곳은 학생들이 먼저 계약을 취소하자고 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인근 P부동산 대표도 “아직 중국인 유학생 절반 정도는 이 시기부터 계약에 나서는데 입국이 무더기로 취소되면서 아무래도 중국인 유학생 관련 계약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국내 확진자 수가 폭증한 시점 전후로 대학가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중국인 유학생에 의한 감염을 불안해하는 임대인들이 계약을 꺼렸다면 최근 들어서는 ‘한국이 더 무섭다’는 중국인 유학생들에 의한 계약 파기가 줄을 잇고 있다. 왕십리역 인근 M부동산 대표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상당수 부동산들이 중국어 안내문을 내리고 물건이 없다며 중국인 유학생 고객을 돌려보냈다”면서 “입국을 포기하는 유학생들이 늘면서 신규 계약이 크게 줄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까지 서울 주요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의 절반 정도가 귀국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중국인 유학생의 3분의 1가량은 입국을 포기하고 휴학을 선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중개업자는 “개강이 연기되면서 방을 보러 오는 내국인 학생들의 발길도 뜸하다”면서 “요즘은 하루에 한 명만 방을 보러와도 감사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허진·김태영기자 hj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