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대 영화축제인 세자르영화상 시상식에서 성범죄 전력이 있는 로만 폴란스키(사진) 감독이 감독상을 받자 여배우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폴란스키는 전날 파리 시내 살플레옐 극장에서 열린 세자르 시상식에서 ‘장교와 스파이’로 감독상과 의상상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에서 여러 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을 가진 폴란스키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에게 감독상이 돌아가자 여배우들은 크게 반발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 아델 에넬은 폴란스키에게 감독상이 돌아가자 “수치스럽다”며 퇴장했고 일부 여배우들도 뒤를 따랐다. 시상식 밖에 있던 시위대도 ‘나는 고발한다 폴란스키와 세자르를’ ‘폴란스키, 강간범’이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상식 사회자인 코미디언 플로랑스 포스티 역시 폴란스키 작품이 12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을 두고 “우리에게는 12개의 근심거리가 있다”며 그를 조롱하기도 했다.
폴란스키는 시상식 전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는 지난 197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3세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돼 미국 검찰에 유죄를 인정했지만 미국에서 도망쳐 40년 가까이 도피생활을 해왔다. 스위스에서는 또 다른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성범죄 전력을 들어 그를 2018년 영구 제명 했다.
반면 폴란스키는 자신이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는 “여성운동가들이 내게 공개적으로 린치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장교와 스파이’의 출연진과 제작진도 폴란스키가 시상식에 앞서 부당하게 재단을 당했다면서 시상식 참여를 거부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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