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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내고 달려왔다"...새벽부터 마스크구입 전쟁

■하나로마트 양재·창동점 가보니

번호표 배부 30분도 안돼 동나

물량 금세 소진...깜짝 재판매도



2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 앞에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김혜린기자




“마스크 사려고 연차까지 내고 달려왔어요. 오늘 꼭 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진 가운데 2일 오전7시께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 앞은 개장 2시간 전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해 대기 중인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나로마트가 전날 서울·경기 지역 지점에 공급할 공적 마스크 총 110만장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들이 새벽부터 몰려든 것이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1인당 구매 가능 개수를 5개로 제한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5개라도 살 수 있는 게 어디냐’고 기대를 품으면서도 지친 모습이었다. 이날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유용근(68)씨는 “줄이 길 것을 예상해 오전5시쯤 일어났는데도 이렇게 줄을 선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서초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거주민도 ‘조기 품절’ 우려에 일부러 규모가 큰 양재점을 찾아왔다. 안양에 거주하는 김광영(68)씨는 “동네 약국에는 마스크가 다 떨어져 여기까지 왔다”며 “큰 마트에 오면 (마스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모(56)씨도 “열흘 전부터 약국 수십 군데를 돌아다녔지만 결국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다”며 “계속 천 마스크만 쓰자니 불안해서 이곳에 왔다”고 털어놓았다.

같은 시각 서울 도봉구 하나로마트 창동점에서도 마스크 구매 대기 줄이 500m가량 길게 이어졌다. 다리가 아플 것을 대비해 접이식 의자나 의자로 사용할 박스를 준비한 시민들도 있었다. 창동점은 성인용·유아용 마스크 각 5,000개를 합쳐 총 1만개를 준비했다. 양재점과 달리 1인당 최대 10개를 구매할 수 있게 한 점을 고려해 번호표는 총 1,000개를 배부했다. 오전7시30분께부터 배부된 번호표는 30분도 지나지 않아 동났지만 이후에도 줄은 이어졌다. 번호표 배부 한 시간 전인 오전6시께 도착했다는 시민 A씨는 “가까스로 번호표를 받아 안심”이라며 “안도감에 눈물까지 난다”고 말했다.

2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서울 도봉구 하나로마트 창동점 앞에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김태영기자




하나로마트는 지점마다 신속한 마스크 판매를 위해 충분한 수의 계산대와 인력을 준비했다. 양재점은 계산대 4대에 직원 10명을 배치했고 창동점은 계산대 5대와 직원 20여명을 배치했다. 그 결과 한 사람이 계산대에서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마스크를 살 수 있었다.

문제는 유아용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 매장이 ‘복불복’이라는 점이다. 성인용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유아용이라도 쓰겠다’며 유아용 마스크를 대거 구매해간 창동점과 달리 양재점은 유아용 마스크 물량이 아예 없었다. 마트의 한 관계자는 “유아용 마스크를 따로 분류하고 배포할 여유가 없어 부득이하게 지점 중 유아용이 없는 곳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트 측이 준비한 물량이 소진되고 마트 직원들이 매대를 정리하는 중에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양재점은 이날 정오께까지 마스크 구매가 가능했지만 창동점의 경우 오전 중 재고가 다 떨어졌다. 창동점 앞에 남은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구매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창동점의 마스크 판매가 이날 오후2시에 재개된다는 소식에 대기 줄은 다시 길게 늘어졌다. 이때 준비된 물량은 성인용 8,000개와 유아용 2,000개였다. 시민들은 재판매 시각이 갑자기 정해져 불만을 표하면서도 줄을 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마트 관계자는 “문자 공지도 마트 우수고객에게만 가능하다”며 “마땅한 방법이 없어 마트 측에서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희조·허진·김혜린·김태영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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