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올 여름부터 시작할 미국과의 주일미군 주둔비용 부담 협상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에 초점을 맞춘 협상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올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낙선하게 되면 주일미군 주둔비용 부담의 기존 수준 유지를 주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대폭적인 인상 요구는 거부하되 일본 자위대의 미군 방호작전 참여에 따른 비용을 반영해 인상분을 상쇄토록 하는 등 미군 관련 비용 부담의 포괄적인 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은 1962년 체결해 5년마다 갱신하게 돼 있는 미국과의 특별협정에 따라 미·일지위협정상 미국이 부담해야 할 기지 종사자들의 임금과 광열수도비 등을 미군 기지 재편 비용과는 별도로 부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올해 예산은 1,974억엔(약 2조1,7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3월로 만료되는 특별협정의 갱신을 앞두고 일본 정부에 더 부담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1월 현행의 4배 이상인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미군 주둔 경비 부담 비율이 70% 이상으로 한국이나 독일보다 높은 점 등을 들어 큰 폭의 증액 요구를 거부하고 최대한 현행 수준의 합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특별협정에 따른 예산을 현행 수준에서 묶을 경우 금액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발할 수 있는 만큼 미군 재편 관련 비용이나 미국산 방위제품 구매 비용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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