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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공수처, 옥상옥보다도 멀리 나간 괴물…늦기전에 안락사 시켜야"

■김일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공수처, 검찰 수사 간섭·헌법정신 위배

독재화 무기로 변질될 '공룡' 만드는 격

수사·기소 분리는 현실 모르는 탁상공론

공소권 남용은 감찰 등으로 견제가 正道





김일수 고려대 명예교수는 “정보는 참여와 여론 형성에 필요하므로 권력 핵심 관련 공소장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옳다”며 “정부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권욱기자


김일수 명예교수 /권욱 기자


김일수 명예교수 /권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일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상명하복 문화가 검찰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며 신임검사들이 그것을 박차고 나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검사동일체 원칙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1월 초 취임한 추 장관이 밀어붙이고 있는 검찰 개혁안이 검찰 안팎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검사동일체 원칙만이 아니라 공소장 비공개, 수사·기소 분리 등 불거지는 사안마다 후폭풍이 거세다. 공소장 비공개에 대해서는 대한변협은 물론 진보성향의 참여연대·민변 등도 우려를 나타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옥상옥이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결국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 개혁이 국민을 위한 개혁이 아닌 정권 안위를 위한 방패막이용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법원 판결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9 국민 법의식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국민 10명 중 6명(58.6%)이 “재판이 외부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한국형사법학회장, 형사정책연구원장과 사법개혁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김일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를 지난달 26일 만나 검찰 개혁의 문제점과 올바른 방향, 사법 불신 해소 방안 등을 들어봤다. 김 명예교수는 공수처에 대해 “옥상옥 수준보다 훨씬 멀리 나간 괴물”이라고 비판한 뒤 검찰 내부의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서는 “검찰 기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2005년 논문에서 ‘공수처는 옥상옥’이라고 지적했는데 여전히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신가.

△그렇다. 그 결론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다만 그렇게 된 배경은 그때와 지금이 다르다. 그때까지의 검찰은 정권의 편에 기울어 정치 편향성이 심했고 막강한 힘을 배경으로 사정의 칼을 휘두를 수 있는 때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공수처는 권력의 입맛에 맞춰 행동할 또 다른 하나의 수사기관에 불과할 것으로 봤기 때문에 옥상옥이라 했다. 현재의 검찰은 대한민국 검찰 역사상 최초로 확립된 검찰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이라도 부패와 불의를 저지르면 가차 없이 진실과 정의의 칼을 빼서 들이대는 등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이제야말로 검찰이 정치적 중립의 자리로 돌아와 검찰 본연의 자세를 찾았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국민의 검찰은 원래 그랬어야 했다. 더구나 수사권이 대폭 경찰에 이양되는 현 상황에서 검찰 조직은 공수처의 관할 범위에 속한 중대 사안들을 수사하고 기소하기에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

-새로 설치될 공수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공수처는 사법기관과 준사법기관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고 검찰의 수사를 간섭할 수 있다. 헌법 정신에 어긋나게 공소까지 독자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공수처는 옥상옥 수준보다 훨씬 멀리 나갔다. 국민의 검찰 위에 독재화의 공포 무기로 변질할 위험이 있는 공룡을 풀어놓는 것과 같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괴물이다. 더 늦기 전에 곧 안락사시켜야 할 괴물이 공수처다.

-공소장 비공개 결정에 대해 진보성향 시민단체까지 비판했는데.

△공소장 비공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2005년 이후 법으로 마련한 현행 제도, 즉 국회의 공소 사실에 대한 정보 접근권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도 존중돼야 한다. 미국에서는 국민들이 손쉽게 공소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 우리나라 법무부가 잘못 알고 있다. 공소장은 제1회 공판기일 개시에 맞춰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공소제기 또는 수사의 마무리 절차인 기소배심(대배심) 개시 시점에 공개된다. 독일의 경우는 미국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공소 제기와 함께 공소장을 공개하라는 법은 없다.

다만 주 의회의 특별조사위원회가 주 법무부에 위원회 활동상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면 공소장을 포함한 그 밖의 자료를 제공하게 된다. 의회의 일반 상임위나 개별 상임위원이 요구할 경우에는 공소장이나 수사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 오늘날 참여민주주의가 시대 정신이다. 참여와 여론 형성에 필요한 정보는 그것이 권력의 핵심들이 관계된 공소장이라 하더라도 공개하는 것이 옳다. 지난 15년간 유지해온 현행 우리나라의 공소장 공개 절차에 관한 제도는 합리적 근거를 갖고 있다.

-수사와 기소 주체 분리를 두고는 현행법 위배 소지 등의 지적이 나온다.

△검찰청법 제4조 제1항 제1호는 검사의 직무에 관해 범죄 수사, 공소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사항이라고 규정했다. 최근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의 주체는 검경 이원구조가 된다. 그러나 공소의 주체는 여전히 검사다. 다만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가 특별한 자기 관할 사건에 한해 자체 내의 수사검사로 하여금 기소를 담당하게 할 수 있는 예외가 있을 뿐이다. 지금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수사와 기소 분리는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발상으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수사와 기소는 긴밀하게 연결돼 협력이 필요하므로 이를 분리하는 것은 잘못이다.



-수사와 기소 분리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검사장·지청장의 지휘·감독에 따라 운용되는 동일한 검찰 조직 내에서 수사 전담 검사와 기소 여부 결정 전담 검사를 분리하는 것은 체계의 복잡성을 가중시켜 검찰 기능의 동력을 불필요하게 약화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따라서 현행법 위배 소지가 있다는 염려로 표현할 수도 있다. 요즘 법무부는 법률적으로 검토할 사안을 자꾸 훈령으로 바꿔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바람직하지 않다. 검사의 공소권 남용 위험을 막는 방안으로 현행 검찰청법과 감찰 및 징계 절차 등의 견제 장치가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생각한다.

-추미애 장관이 검사동일체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다고 했는데.

△2009년 11월2일 검찰청법 개정에서 이른바 검사동일체 원칙에 관한 제7조와 제7조의2 두 조문 중 제7조 제1항에서 상명·하복이라는 용어를 순화해 지휘·감독이라고 바꾸고 상관의 부당한 지휘에 대해 검사의 이의 제기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고작이다. 여전히 검찰청법에는 여러 군데에 검찰총장과 검사장·지청장 등 상관의 명령에 소속 직원들이 복종해야 한다는 규정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규정은 일반 공무원법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제7조의2에 규정된 검사동일체 원칙의 알맹이인 상관들의 검사직무 위임·이전 및 승계 규정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검찰 사무 체계의 중요성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검사동일체 원칙이 사라졌다고 운운할 수 없을 것이다. 통속적인 운동권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검찰 개혁이 실제로는 ‘정권 보호’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많은 사람이 염려하는 대목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정권은 짧지만 제도와 그 제도를 굴러가게 하는 원칙은 정권보다는 길다. 정권 유지를 위해 즉흥적으로 제도에 손을 대는 계획이나 행위들은 국민을 위해서도 별로 유익하지 않다.

-검찰 개혁을 위해 의식부터 확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시는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검찰법에 명시돼 있지만 그것이 최근까지도 검찰 업무 종사자들의 의식과 몸에 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풍에 흔들리고 내부적 일탈들이 많았다. 그것이 여론의 지탄 대상이 되기도 했다. 모든 헌법기관의 역할이 다 중요하지만 법치의 내면화와 정착을 위해서는 검찰의 몫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재직 시에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고 한 말이 이런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법과 제도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권력국가나 불법국가처럼 엉터리가 아니다. 제도 개혁도 중요하지만 지금 제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 괜찮은 편이라는 점도 알 필요가 있다.

-그럼 문제는 무엇인가.

△문제는 바른 의식을 가지고 바르게 봉사하는 일꾼들이 적기 때문에 제도의 내실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제도를 활용하는 사람이 하기 나름이다. 운용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제도 안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그 제도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평소에 의식 개혁으로 표현했다. 지금의 검찰이 뚜벅뚜벅 이끌어가는 검찰 레짐(regime·체제)이 바람직한 검찰 개혁 방향이다. 이 정신의 내면화·내실화가 조직 전반에 확산돼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국민들의 사법 불신이 심각한 수준인데.

△검찰뿐 아니라 사법부·헌법재판소·변호사단체 등 법률가들이 정의와 공평의 법, 생명과 사랑의 법에 헌신해 새로워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은 권력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자기가 파놓은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법 앞에 겸손히 다가가 법의 소리가 무엇인지를 경청하려는 겸손한 입법자들이 국회에 모일 때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좋은 법률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법관· 검찰·경찰이 그 자리에 바로 서 있을 때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좋은 판결, 좋은 결정들이 샘물처럼 솟아나 거친 대지를 적실 수 있다. 법률가의 세계에 상업화가 이미 깊이 파고들어온 게 요즘 우리 사법의 현실이다. 법률지식을 갖고 돈벌이하려는 탐욕을 절제할 수 있는 법률가 계층의 직업윤리 의식 제고만이 사회적 신뢰도를 높이는 유일한 길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He is...

1946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강릉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서 법학 석사학위, 독일 뮌헨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 제1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30여년 동안 고려대 법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사법개혁위원회 위원, 한국형사법학회장.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등도 역임했다. 2014년에 시인으로 등단해 ‘하늘과 기러기’ 등의 시집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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