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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제3지대인'과 교집합의 자질

방진혁 정치부





실루엣만 어렴풋하던 제3지대의 실체가 드러났다. 신기루였다. 그동안 총선연대와 관련한 질문에 “정말 백번 이상 질문을 받는 것 같다. 관심 없다”고 답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결국 지난달 말 미래통합당과의 ‘반문 연대론’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해외 체류 중인 안 대표에게 돌아오라 손짓했던 이동섭·김삼화·신용현·김수민 의원은 지난 1일 미래통합당 공천 면접을 봤다.

중도정치의 수호자를 자처해온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남은 것은 우리 민생당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런데 민생당은 호남 위주의 바른미래당과 호남정당인 대안신당·민주평화당이 결합한 호남 기반 정당이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과 함께 ‘범여권’으로 불린다. 중도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치인들이 그동안 주장했던 제3지대는 범진보와 범보수라는 거대한 두 집합 사이의 교집합 부분을 일컫는다. 그러나 교집합은 애당초 존재했던 적이 없었다. 지난 총선에서 녹색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은 호남 기반이었다. 지역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탄생한 바른미래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뉘어 극심한 내홍만 겪었다. ‘중도’ 보수를 내세웠던 새로운보수당도 보수통합 인수합병(M&A)용 정당으로 결론 났다.



‘제3지대인’들은 “정치구조가 문제였다”며 범야권의 반대에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에 반대한 범야권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탄생시켰다. 결국 민주당마저 ‘비례용 위성정당’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제3지대의 허구성이 폭로됐다. 그러더니 이제는 철학 없는 개헌론이 고개를 든다.

만화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와 회사 동기 한석율이 나눈 대화의 한 장면이다. “교집합, 양쪽의 요구가 겹쳐지는 지점. 양쪽의 계급이 합해지는 사람. 그 사람을 만족시키는 비즈니스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비즈니스가 아닌가.” 그런데 교집합은 집합의 ‘일부’일 뿐이다. 어딘가 불만족한 상태라는 것이다. 결국 양보를 해야 교집합이 생기고 제3지대가 만들어진다. 이쯤에서 ‘제3지대인’들을 돌이켜보자. 이들은 교집합의 자질을 갖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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