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금은 준전시 상황이다. 한 국가의 경제사령탑이 공식석상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격랑에도 경제사령탑들은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환란 직후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수만명의 은행원이 길거리에 나앉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구조조정을 밀고 나갔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등과 대규모 통화스와프로 외환 방파제를 쌓아 금융위기를 넘겼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몰고 온 지금의 경제상황이 두 차례 위기에 버금갈 정도로 엄중하다고 진단한다. 지금은 훨씬 더한 위기를 뚫고 나간 선배 경제사령탑들의 선례를 참조해 상상 가능한 범주를 넘어서는 최대한의 정책 역량을 쏟아낼 시기다. 재정과 금융 등의 폴리시믹스(정책조합)를 총동원하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면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만 하더라도 코로나19의 틈을 비집고 정치권이 선심·정책 홍보성 예산을 집어넣으려는 시도를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극복과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특히 재정을 비롯한 정책조합들은 위기돌파용 임시방책에 불과함을 깨달아야 한다. 경제 원로들은 현 상황을 전화위복으로 삼으려면 경기 부양책과 동시에 노동과 규제 개혁 등을 강도 높게 펼쳐야 한다고 한결같이 조언하고 있다. 홍 부총리가 진정으로 힘든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안타까워한다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청와대와 정치권을 향해 직을 걸고 설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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