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5월23일 오전 9시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한 시골 도로. 잠복 중이던 경찰추격대의 눈에 포드V8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포착됐다. 연쇄 살인·강도 행각을 벌이던 범죄자 커플인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가 훔쳐 타고 다니던 차가 분명했다. 경찰추격대는 2월 중순부터 이들을 추격해오던 참이었다. 차가 사정거리에 들어서자 경찰대의 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경찰대는 특수 주문한 자동소총·권총 등의 총알이 다 떨어질 때까지 무차별적으로 난사했다.
보니와 클라이드는 꼼짝없이 차를 관통해 날아온 80여 발의 총탄 세례를 받고 쓰러졌다. 그들의 애마 포드V8도 총탄 자국으로 벌집을 방불케 했다. 1930년대 초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보니·클라이드 이야기다. 그 후 30년이 지난 1967년 미국에서 영화 ‘보니 앤 클라이드’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개봉 당시에도 당대 최고 배우들(페이 더너웨이, 워런 비티)의 명연기와 함께 그들이 타고 다닌 클래식 자동차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화 속 차는 보니·클라이드가 실제로 몰았던 1934년식 포드V8이었다. 미국 포드사가 첫 모델을 1932년에 선보였으니 두 번째 버전이다. 포드V8은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이 8기통 엔진을 장착했는데 고성능에다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얻었다. 당시 대중용 자동차 중 최고 속도와 가속력을 갖춰 경찰차가 쫓아오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주 경계를 넘나들며 범죄 행각을 벌이던 보니·클라이드가 포드 사장에게 ‘귀사의 V8이 잘 달려서 우리가 일하기 쉬우니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근래 보기 힘들던 포드V8이 1일(현지시간) 우루과이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15년 만에 우파로의 정권교체에 성공한 라카예 포우 대통령이 증조부로부터 물려받은 1937년식 포드V8을 타고 퍼레이드를 벌였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전통 계승의 보수정치 메시지를 국내외에 분명히 밝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드V8을 통해 전달하려는 포우 대통령의 메시지가 재임 기간 잘 실현돼 결실을 보기를 기대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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