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컨트롤타워인 중대본의 이례적인 입장 표명은 최근 정치권 일각의 부적절한 조치로 방역활동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역학조사 방해 시 신천지 교회 시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지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살인죄로 고발하면서 “이 총회장을 체포하는 것이 검찰이 해야 할 일”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재난정국에 공치사를 늘어놓으며 튀어보려는 정치인들의 공포 쇼맨십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게다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일부 야당 지도자들이 신천지를 비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 많은 국민께 우려를 드리고 있다”며 코로나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벌였다.
물론 신천지 측이 조사를 회피하고 사태를 확산시킨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은 한정된 자원으로 방역활동에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할 판이다. 오늘도 대구에서는 수천개의 병상이 모자라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발동해달라는 호소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데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에 “다른 사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국민 안전 이외의 어떤 정치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위기 상황에 정치적 이해에 따라 계산기를 두드린다면 불필요한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지금은 철통 방역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접근은 삼가야 한다. 그래야 방역당국이 소신을 갖고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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