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남해에서 사격 훈련 중이던 해군 참수리급 고속정에서 발생한 수류탄 사고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장병 6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는 안타깝지만 해군이 바다에서 수류탄을 쓴다는 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해병대도 아니고 해상 훈련 중인 해군이 수류탄을 사용할 정도라면 함정이 적에게 탈취당하는 위기 상황 아닌가?’라는 의문도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군도 수류탄을 사용한다. 다만 육군과 해병대가 주로 사용하는 세열식 수류탄과는 다른 종류를 쓴다. 해군이 사용한 수류탄은 Mk3A2 수류탄. 특징은 크고 강력하되 파편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군의 주력 수류탄인 K413 수류탄과 비교해 보자. 미군의 수류탄과 동일한 성능을 내면서도 크기와 무게를 줄인 국산 K 413 슈류탄은 내장된 텅스텐 큐빅 850여개가 360도 전방향으로 터지며 인명을 살상한다. 높이 72㎜에 무게 260g.
반면 이번에 사고가 난 수류탄은 Mk3A2은 길이 138㎜, 무게 313~435g으로 길고 무거운 원통형으로 파편이 없다.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18년. 참호전에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한 미군은 하천과 땅굴이 많은 베트남 전쟁에서도 널리 사용했다. ‘공격용 수류탄’으로도 불린다. 미국은 1945년에 Mk3A1, 1960년대 후반에 MK3A2 등 두 종류의 개량형을 선보였다.
미군에서는 요즘 해안경비대가 주로 쓴다. 목적은 적 잠수요원 퇴치 및 소형 잠수정 파손용. 파편이 없어 육상에서는 살상 반경이 2m 가량이나 에너지 전달률이 높은 수중에서는 강력한 폭발 효과를 낸다. 수심 7~8m에서 폭발하면 물기둥이 치솟을 정도라고 한다. 초소형 폭뢰 개념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한국군도 이 수류탄으로 전과를 올린 적이 있다. 지난 1983년 6월 19일 새벽, 문산천 하류 임월교 부근으로 수상 침투하는 무장공비 두 명을 소총과 Mk 3 수류탄으로 잡았다. 웬만한 무기는 국산화하는 우리 군은 이 수류탄의 경우 수요가 많지 않아 전량 미국제를 들여왔다. 눈여겨 볼 대목은 생산년도. 사고 수류탄이 MK3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나중에 나온 Mk3A2 수류탄이나 지난 1970년대에 수입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수류탄의 노후화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든 탄약류에 대해 저장 탄약 신뢰성 평가(ASRP:Ammunition Stockpile Reliability Program)를 실시해 불합격 탄약을 폐기하기 때문에 수류탄 불량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인명 사고가 발생한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 하루 밤을 지나며 부상 장병들의 상태는 많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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