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분양시장을 흔들 태풍으로 평가받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가 후분양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으려면 오는 4월 28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해야 한다. 문제는 조합 내부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시한 분양가(3.3㎡당 2,970만원)로는 도저히 실익이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HUG는 내부적으로 3.3㎡당 3,000만 원 이상으로 분양보증을 내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 3.3㎡당 2,970만원 제시, 조합 ‘실익 없다’ = 4일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의 한 임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상황에서 조합원이 손해를 보지 않는 하한선이 3.3㎡당 3,400만 원 수준이기 때문에 HUG가 제안한 2,970만원으로는 분양 실익이 없다”며 “2주 내 적정한 분양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후분양으로 간다”고 말했다.
조합이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기 위해서는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하지만 분양가를 둘러싸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합은 지난해 12월 관리처분계획 변경총회를 열고 일반 분양가를 3.3㎡당 3,550만 원으로 의결했다. 강동구는 이를 바탕으로 1월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을 승인했다. 반면 HUG 측이 최근 변경한 고분양가 관리기준에 따라 제시한 분양가는 2,970만 원이다. 애초 HUG가 책정한 3.3㎡당 2,600만 원 보다는 오른 금액이지만 여전히 조합 의견과는 3.3㎡당 580만 원의 차이가 있다. 조합관계자 등은 현재 수시로 HUG를 찾아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조합 안팎에서는 현재 가격 격차는 집행부가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 커지는 후분양 목소리 = 둔촌주공 사정에 밝은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3.3㎡당 3,550만 원을 맞추지 못하면 집행부를 퇴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와중에 비대위 측이 최근 3,900만 원대의 분양가를 요구하며 집행부에 크게 항의를 하는 일도 벌어졌다”며 “집행부 차원에서 현재 HUG 가격을 수용하고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합 측은 HUG가 실제 인근의 시세를 고려해 분양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동구의 고덕그라시움은 현재 3.3㎡당 4,906만 원에, 둔촌주공과 약 4㎞ 떨어진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5,4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둔촌주공의 경우 총 건립 규모가 1만 2,032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일반 분양 물량은 5,000여 가구 수준으로 올 분양시장의 최대 대어로 꼽히는 단지다. 전량 가점제로 공급되면서 무주택자들의 기대가 큰 상황이다. 후분양에 돌입할 경우 서울 주택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5,000여 가구의 분양 대기 수요가 당첨자로 전환되지 못하고 시장에 계속 잠재 수요로 머무르게 돼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청약 자격 유지를 위해 전·월세 시장에 남아있으려는 수요도 있어 전세 시장 불안 요인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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