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가입자의 개인 정보를 저장한 유심(USIM)칩이 전기통신사업법상 휴대전화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유심칩만 다른 사람 명의로 사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끼워서 쓸 경우 타인 명의의 기기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만큼 현행법에서 금지된 단말장치의 부정이용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35)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3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콘서트 입장권을 판매한다는 허위 글을 올린 후 판매 대금 명목으로 약 2,300만원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기소됐다. 여기에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타인 명의의 유심칩을 사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끼워 쓴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도 받았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32조4항을 보면 이동통신 단말장치는 ‘전파법에 따라 할당받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기간통신역무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단말장치’로 정의됐다. 김씨는 타인 명의 휴대전화가 아닌 유심칩을 구매한 것이라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1심은 공소사실 전부가 유죄로 판단된다며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형량은 그대로 두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봤다. 당시 2심 재판부는 판결에서 “단말장치는 ‘통신망으로 연결되어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처리 결과를 출력하는 장치’라는 사전적 의미로 해석되는데, 유심칩은 그 자체로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처리 결과를 출력하는 기능이 없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은 2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유심칩을 쓰는 보편적 이동통신 시스템 아래에서는 유심의 개통 없이 단말장치만 개통할 수 없고, 반대로 단말장치의 개통 없이 유심만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며 “전기통신사업법상 단말장치의 개통은 유심의 개통을 당연히 포함하거나 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타인 명의로 개통한 유심칩만 받아서 이를 다른 공기계 휴대전화에 장착하면 사실상 다른 사람 이름으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쓰는 것과 같고, 관련 법률 위반이라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에서 유심칩을 분리한 후 이를 다른 공기계 휴대전화에 장착해 쓰거나 타인이 직접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 받아 사용하는 행위도 모두 처벌 대상이라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런 행위 모두 타인 명의로 개통한 단말장치를 넘겨받거나 타인 명의로 단말장치를 개통하여 이용하는 것이므로 모두 처벌대상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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