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개월 된 딸을 5일간 집에 방치해 살해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20대 아버지가 2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법원은 이들 부부의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이준영 최성보 부장판사)는 5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부부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피고인들이 혐의를 다투지 않아 재판은 이날 종결됐다.
A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A씨가 뒤늦게나마 피해자가 방치된 상황을 막연하게 인식하고도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공소사실 모두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다만 A씨가 이 사건을 계획하거나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아닌 점을 양형에 반영해달라”고 덧붙였다.
A씨는 “1심 때는 변호사에게 강변해달라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제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의 아내 B씨 측은 딸의 사망 시점이 확실하지 않은 만큼 숨질 것을 전혀 인식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시점은 사건과 큰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A씨 부부는 지난해 5월 26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5일 동안 인천시 부평구 아파트에 생후 7개월 된 딸 C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딸의 시신을 야산에 매장할 의도로 집에 방치하고 주변에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사체유기죄도 적용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숨지게 할 의도로 내버려 둔 건 아닐지 모르지만 사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은 할 수 있었다”며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아내 B양에게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 징역 15년∼단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는 1심에 비해 형이 감경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해가 바뀌어 B씨가 성인이 돼 법리적으로 1심에서 받은 형을 B씨에게 불이익하게 선고할 수 없다”며 “형은 7년을 넘을 수 없다”고 말했다. A씨에게도 “아내 B씨와 양형을 맞춰야 해 1심에서 선고한 징역 20년형은 대폭 조정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3월 26일 오후 이들 부부에 대한 항소심 형을 선고한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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