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한국인 입국자 14일 격리, 무비자 입국 중단 등의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한 것을 두고 외교부가 “방역 외에 다른 의도가 있던 게 아닌지 의심된다”는 이례적 입장을 냈다. 그간 100여 개 국가가 앞다퉈 입국제한·금지 조치를 내리는 동안에도 “(그 나라들은 우수한 한국과 달리) 방역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기존 입장과도 완전히 배치되는 반응이다.
외교부는 6일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로 입장문을 내고 “우리 정부가 그동안 일본 측에 추가 조치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수차례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우리와 충분한 협의도 없이 불합리하고 과도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해 극히 유감을 표하며 이번 조치를 즉각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우리의 우수한 검사·진단 능력과 투명하고 적극적인 방역 노력을 전 세계가 평가하고 있고 확산방지 노력의 성과가 보이는 시점에서 취해진 조치라는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껏 전세계 100여 개국에서 입국제한·금지 조치를 내놓는 동안 ‘방역 외 다른 의도’를 언급한 건 일본이 처음이다. 강 장관은 심지어 지난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역 능력이 없는 국가가 입국금지라는 투박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그간 제재 조치를 해온 나라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더욱이 똑같이 방역 능력을 갖춘 데다 같은 날 일본보다 더 강도 높은 전면 입국금지 카드를 꺼낸 호주에 대해서는 기존 국가와 같이 의례적 항의 입장만 전달해 더 뚜렷하게 비교됐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방역 외 다른 의도’에 대해 “비우호적 의도를 뜻한다”고만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와 함께 △일본에 대한 오염지역 지정 △여행경보 격상 등 상응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이날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직접 초치해 엄중 항의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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