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선거를 치르면서 고성군 공무원들을 바라보는 군민들의 시선이 곱지않다는 것을 절절히 느꼈습니다. 군민들이 지방 행정을 신뢰하고, 공무원들도 군민만을 바라보고 일하도록 하는게 급선무였습니다.”
백두현(사진) 경남 고성군수는 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관내에서 제일 규모가 큰 고성읍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도록 했다”면서 “진정한 자치는 주민참여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고성군은 지난해 12월 고성읍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도록 했다. 공무원 중 6명의 후보를 선정해 각자 읍정 방향을 설명하도록 하고 주민 모바일 투표를 통해 읍장을 선발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읍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공약으로 내건 김현주 상리면 부면장이 주민 직접 선거를 통해 고성읍장에 선출됐다.
고성군은 2014년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로 당선된 군수가 잇따라 선거법 위반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고성군 공무원들의 청렴도도 꼴등 수준인 4등급으로 심각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고성군수에 당선된 백 군수가 추락한 군정을 일으켜 세우고 군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전임 군수와의 차별화가 필요했다. 읍장 주민추천제는 주민참여를 통한 군정을 통해 지방행정을 혁신하겠다는 백 군수의 의지가 담겼다. 그는 “군민들과의 각종 간담회와 현장 방문을 통해 목소리를 직접 듣고 지역발전을 위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1개읍 13개면으로 구성된 경남 고성군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11.3%다. 도내 18개 시·군 중 11번째다. 경남도 평균인 34.4%에 한참 못미친다. 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조선해양산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백 군수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선산업을 대체할 신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무인항공기 통합시험 훈련기반 구축사업과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 핵심기자재 지원기반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백 군수는 “이들 사업 기반 조성을 위해 이당일반산업단지의 최대 난관이었던 농업진흥지역 해제와 산단 승인 문제를 직접 나서 해결했다”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6,200억원 규모의 기체 구조물 공급계약 완료를 마치고, KAI 항공기날개부품공장 설립을 위한 이당일반산단 조성사업도 지난해 10월에 착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성군은 무인기종합타운 조성사업, LNG벙커링 핵심기자재 지원 기반구축사업, 이송시스템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의 지역거점산업 공모사업 선정 등을 통해 조선업 위주의 기형적인 지역 산업구조를 다변화해 위기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이 과정에서 백 군수는 고용·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재연장, 이당산단 조기착공을 비롯한 여러 주요 현안사업 처리를 위해 발벗고 뛰어다니며 국회, 중앙정부, 경남도와 지속적으로 소통했다. 그는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당항포와 공룡 유적지 외에는 별다른 관광명소가 없는 경남 고성군은 새로운 전략사업이 필요한 실정이다. 백 군수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스포츠·문화예술이다. 따뜻한 날씨를 활용해 각종 대회와 전지훈련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체육진흥과를 신설했고, 예산도 집중 투입해 지난해 유치했던 22개 대회의 2배가량인 41개 대회를 올해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백 군수는 “지난해 11월부터 고성군을 찾고 있는 각 종목별 전지훈련팀은 앞으로 약 500팀, 연인원 6만5,000여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경쟁도시 보다 뛰어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군수는 지역 내 각 어항의 특성을 반영한 특화개발로 지역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어촌뉴딜사업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고성군은 지난해 어촌뉴딜사업 대상지로 하일면 동문항, 회화면 당항항, 거류면 당동항 등 3곳이 선정됐다. 기존에 선정된 하이면 입암항을 포함해 총 4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다.
고성군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봄에 열 계획이던 ‘2020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를 9월 이후로 연기했다. 백 군수는 “4년만에 개최하는 공룡엑스포에 대한 군민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컸고 2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쉽다”면서도 “군민들과 합심해 더 알찬 행사로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성=황상욱기자 so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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