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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돈 넘쳐나는데 제대로 못써 구멍나는 방역 현실

정부가 코로나19의 방역에 돈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일선 현장에서는 곳곳에 구멍이 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마스크와 의료장비 지원에 대해 “돈이 없어 조치가 안 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장담했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의욕만 앞선 정부의 마스크 수급대책 때문에 생산을 포기하는 업체까지 생기고 있다.

치과재료 생산업체인 이덴트는 “조달청이 원가의 50%만 인정해주겠다고 통보하고 일일 생산량의 10배에 달하는 생산수량 계약을 요구했다”며 더 이상 손실을 감수하면서 마스크를 만들어야 할 의욕을 상실했다고 발표했다. 생산량을 확대하려 사람을 충원하고 연장근로 때문에 비용이 늘어나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는데 정부가 원가를 후려치면서까지 가져가고 있어 버틸 수 없다는 얘기다. 한 청원자는 청와대 게시판에 “마스크 제조업자 중 악덕도 있겠지만 원자재 수급 등에 문제가 있어 원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이익 포기만 강요하지 말고 추가경정예산이나 구호 성금 등으로 손실을 어느 정도 보전해달라”고 촉구했다. 현장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11조원대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마스크 증산에는 고작 70억원의 예비비만 책정해 생산업체 쥐어짜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 성금도 격리자 생활필수품 등에 사용될 뿐 시급한 의료 현장에는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출 문제에서도 경영애로자금 신청은 2조원을 넘는데 까다로운 절차 탓에 집행은 800억원에 불과하다.



위기일수록 행정의 디테일이 중요하다. 돈만 내려보낸다고 끝이 아니다. 마스크 증산을 위해 기업에 어떤 지원을 해야 할지 진단과 처방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의료장비가 부족하고 대출이 제때 집행되지 못하는 까닭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분석해야 실효적 대책이 나올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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