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 중에서 국군 전사자 4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국방부는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는 고 정영진 하사(현 계급 상병), 고 임병호 일등중사(현 계급 하사), 고 서영석 이등중사(현 계급 병장), 고 김진구 하사(현 계급 하사)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국방부가 지난 2000년 4월 유해발굴을 개시한 이후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총 142명이다.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정영진 하사가 139번째, 임병호 일등중사가 140번째, 서영석 이등중사가 141번째, 김진구 하사가 142번째 신원확인 전사자다. DMZ내 최초의 유해발굴인 화살머리고지에서는 정영진 하사 등 4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의 전사자 신원이 확인됐다.
정영진 하사와 임병호 일등중사, 서영석 이등중사, 김진구 하사는 모두 2사단 31연대 소속이다. 이들은 6·25전쟁 당시 정전협상이 진행됐던 기간이자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1953년 7월 중순 화살머리고지 4차 전투에서 전사했다.
1953년 6월 29일부터 7월 11일까지 치러진 화살머리고지 4차 전투는 강원도 철원 북방의 백마고지와 화살머리고지를 확보하고 있던 국군 2사단이 중공군 23군 예하 제73사단의 공격을 격퇴하기 위해 전개된 전투다.
이 전투에서 국군은 21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실종됐다. 중공군은 1,418명이 사망했다. 정영진 하사 등 4명은 정전협정 체결을 2주일 가량 앞두고 목숨을 잃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전사자 4명 중 3명은 결혼을 한 상태였으며 모두 슬하에 어린 자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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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지난해 유해가 발굴될 당시 고인들의 유골 상당수는 개인호에서 부분 유해 및 골절된 상태로 발굴됐다”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진지를 사수하기 위해 치열하게 전투를 치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유해발굴 현장에서는 유골과 함께 수통, 탄약, 인식표, 계급장, 기장증, 대검, 전투화, 철모 등 다수의 유품도 발굴됐다.
고 김진구 하사의 아내 이분애(90)씨는 “남편의 시신을 못 찾아서 무덤이 없으니까 내가 죽거든 선산에 묻지 말고 뿌려달라고 말해왔을 정도로 오랜 세월 가슴 아파하며 살아왔다”며 “남편을 찾게 됐으니 앞으로 같이 묻힐 수 있어 조금이나마 마음이 짐이 덜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유가족들과의 협의를 거쳐 고인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의미 있는 귀환행사와 안장식이 거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번 고인들의 신원확인은 사전에 채취해 등록한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6·25 전사자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채취 사업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유전자 시료채취에 동참한 유가족은 약 4만여명으로, 유해에 비해 시료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6·25전쟁 이후 유해는 수습됐으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1만여구와 아직까지 미수습된 유해 12만3,000천여구 등 총 13만3,000여구의 유해에 대한 시료가 필요하다.
6·25 전사자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채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으로 문의하면 된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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