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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착한 배우’ 김영민의 질문, “이기적인 사람이 배우 할 수 있나요?”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장국영 역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출연해 ‘귀때기’란 별명을 얻은 김영민은 착한 배우이다. 연기력뿐만 아니라, ‘착하다’는 설명이 늘 따라다니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김영민은 “배우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놓지 말아야 하는 게 있지 않나.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착하다’는 말을 해주신 것 같다”며 특별히 자신이 남들과 다르지 않다고 자평했다.

배우로서 ‘독기’나 ‘깡’도 필요 할 텐데, 착하다는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게 우려되진 않을까. 이에 김영민이 현명한 답을 내 놓았다. “배우이기 전에 사람인데, 사람이 어떻게 착하기만 하겠나. 착하지 않으면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주목받을 순 있겠지만, 이기적인 사람이 배우 일을 오래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현장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김영민은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에서 장국영 역을 맡았다. 10년차 영화PD지만 한순간 설 자리를 잃고 자신을 찾아가는 ‘찬실’ 에게만 보이는 유령 혹은 귀신으로 볼 수 있지만, ‘찬실’역 강말금 배우는 장국영을 ‘찬실이의 수호천사’라고 소개했다. 김영민 배우의 착한 성향과도 안성맞춤 캐릭터이다. 그는 “찬실이의 마음 깊숙이 있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했다. ”며 “ 찬실이의 무의식을 끄집어내서 질문들을 던지고, 찬실의 안에 이미 있는 것일 수 있는 인물이다“고 설명했다.

평소에 홍콩 배우 느낌이 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던 김영민은 영화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이 입은 그대로 런닝셔츠에 흰팬티를 입고 등장한다. 강말금은 “영민 선배님이 연기하기 편하게 해줘서 감사했다”고 후일담을 전하기도. ‘찬실’에게 영향을 끼치는 캐릭터이기에 연구를 많이 했다는 김영민은 “제가 찬실이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찬실이가 장국영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작품이기에 그러했다”며 공을 강말금 배우에게 돌렸다.

“제가 표현하려고 한 장국영이란 인물을 잘 받아주는 게 중요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호흡이 잘 맞았어요. 기본적으로 강말금 배우의 인생캐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열심히 노력했고, 말금 배우가 가지고 있는 진중함. 작품을 잘 만들려고 하는 그런 에너지에 더해 김초희 감독의 위트있는 색깔이 너무 잘 어울렸죠. 이걸 발판으로 해서 강말금 배우가 좋은 작품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1999년 연극 ‘내게서 멀어지는 것은 작다’로 데뷔한 김영민은 연극배우 출신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극단생활을 했고, 27세에 뒤늦게 서울예대 연극학과에 진학했다. 2010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 연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이지만 드라마 진출은 다소 늦은 편이다.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 한동안 연극 무대와 영화에 전념하다 최근에 tvN ‘나의 아저씨’부터 MBC ‘숨바꼭질’, OCN ‘구해줘2’ 등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배우 생활은 시간이 흐를수록 ‘프로의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좋아서 하다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세상엔 더 좋은 것들이 있구나’ 그 속에서 ‘나는 뭐지?’란 생각을 하면서 20대를 살아왔다. 그는 호기심이 본능적이라면, 프로의식은 보다 이성적인 끌림이라고 표현했다.

“기본적으로 내성적이고 조용한 제 성격이랑 달라서 호기심이 발동했어요. 되게 본능적이라고 할까. 나와 어울리든 아니든, 또 내가 좋아하든 말든 호기심은 발동하니까요. 프로의식은 좀 더 이성적인 게 있어요. 내가 누구랑 경쟁해서 잘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은 연기를 하고 싶 다는 마음을 먹는 것이니까요. ‘그게 뭐냐?’ 고 물어본다면 그건 기준이 다르고 답이 다 다르다고 말 할 수 있어요. 배우 일이 어려운 일이란 게 바로 그거죠. 물론 관객들이 좋아해줄 때 행복함을 느껴요. 배우로서 얼굴이 알려지기 전에 고통이 있다면, 이후 얼굴이 알려진 다음에 또 다른 고통이 있어요. 고통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건 각자 다르겠죠.”





첫 발을 연극판을 향해 디뎠던 김영민은 연기를 계속 놓치지 않고 20년이 넘는 시간을 걸어왔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 가난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연기 고민은 늘 있어 왔지만, ‘컷’ 하고 나면 후회가 쏜살같이 몰려왔다. 길을 지나가다 불현 듯 떠오를 때도 있었다. 배역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연출적인 고민도 함께 왔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게 만들었다. 분석적인 배우보다는 본능이 살아있는 배우로 살고자 했다.



“전엔 대본을 받으면 도서관 가서 자료를 찾아봤다면,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어느 순간, 이게 내가 써 놓은 글 때문에 묶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분석적인 걸 메모해놓기도 하는데 전적으로 의존하진 않아요. 내가 다른 것을 할 때 동하는 대로 가기도 하지만, 내 마음이 동할 땐 과감하게 무시하고 가야 하는 순간이 있어요. 그런 게 배우의 매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성적인 것도 중요하는데, 본능적으로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거든요. 그럴 땐 배우로서 살아있는 것 같아요.”

“좋은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확답을 얻고 있다”는 김영민은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는 배우가 되길 희망했다. 연극을 할 때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왔을 때 단 한 사람이라도 바뀌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극장에 왔을 때도 그런 마음이 생겼다.



김영민과의 인터뷰는 언뜻 미담 자판기 강하늘을 떠올리게 했다. 두 배우 모두 연극 ‘19 그리고 80(해롤드 앤 모드)’에 출연한 공통점도 있다. 연극을 보러가서 가벼운 인사만 나눴던 사이라고 밝힌 김영민은 “하늘씨 보면서 성격이 서글 서글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착함으로 유명한지는 몰랐어요.”라고 털어놨다. 이어 호기심의 눈을 반짝이더니 “(배우가)착해도 잘 될 수 있네요. (웃음)”란 말을 던졌다. ‘착한 성품’은 세상의 모든 편견을 이기는 듯 했다.

“영민이도 복도 많지, 전 복이 많은 것 같아요. 의도치 않았지만, ‘사랑의 불시착’ 종영 시기에 마침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개봉도 하고, 드라마 ‘부부의 세계’ 도 방송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김희애 선배등 좋은 배우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현장이었는데, 다 잘 됐으면 해요.”

[사진=양문숙 기자]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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