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주요 인기 단지에서 반전세 등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를 추월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월세 시세도 상승하면서 보증금 1억 원에 월 460만 원 거래 사례까지 나왔을 정도다. 매물 품귀 속 전세 불안이 지속 되는 가운데 집주인은 보유세 부담으로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 되면서 세입자들도 어쩔 수 없이 보증부 월세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의 대표적 새 아파트로 유명 학원과 인접한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는 올해 들어 9일 현재까지 매매거래는 단 1건에 불과했다. 반면 전세는 16건, 반전세를 비롯한 월세는 28건 이뤄졌다. 매매 시장과 달리 임대차 시장은 불안한 상태가 지속 되고 있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반전세 등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를 추월했다는 점이다. 임대차 거래를 보면 통상 전세가 월세 거래를 앞선다. 한 예로 강남구의 경우 지난 2월 전세 거래는 533건, 반전세 등 월세 거래는 225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부 인기 단지에서는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를 앞선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반전세 시세도 올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15일 래미안 대치 팰리스 전용면적 94.49㎡(9층)가 보증금 8억 원, 월세 250만 원에 거래됐다. 이달 5일 같은 면적에 같은 층수의 매물이 보증금 8억8,000만 원, 월세 260만 원에 거래됐다. 대치동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연이은 부동산 대책 이후 매매 거래는 크게 줄었지만 전세 거래는 신학기를 앞둔 올해 2월까지 꽤 있었다”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세 매물을 문의한 고객의 많은 수가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40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보증금 1억 원에 월 400만 ~ 500만 원 거래도 체결됐는 데 월세가 비싸다 보니 월급쟁이들은 못 오고 자녀는 둔 사업가들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강남 지역 전세난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KB 부동산의 최근 전세수급지수를 보면 서울 강남지역의 경우 161.0에 육박한다. 보통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고 보는데, 해당 지수의 최대 값이 200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강남 지역의 전세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세난을 우려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남 지역의 전세 수요가 신학기를 앞두고 증가하는 등 계절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세난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자녀들의 학군이나 정비사업 진행에 따른 이주수요에 따라 전세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강남 지역의 올해 입주물량은 평년 수준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은 아닌 만큼 전세난까지 예상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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