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부터 빗방울이 떨어지던 1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건물 입구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건물 폐쇄’ 공고문이 붙었다. 건물 밖에는 방호복을 입은 보건소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입주사 직원과 입주민들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받기 위해 수십 미터 넘게 길게 줄지어 늘어섰다. 여기에 서울 최다 집단감염자들이 나온 현장을 취재하려고 몰려든 언론사 취재진까지 뒤엉키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확진자들이 집단 발생한 11층 콜센터는 물론 코리아빌딩은 일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더욱이 이 건물에는 이번 4·15 총선에서 구로을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선거사무실도 있지만 예외 없이 폐쇄된 상태다.
오전 9시께 “입주민은 모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긴장감은 고조됐다. 건물 엘리베이터 5대 중 4대는 입주민과 입주사 직원들이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홀수·짝수층 운행 엘리베이터가 구분돼있지만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을 수도 있어 입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건물 13층에서 근무한 송모(55)씨는 “같은 홀수층인 콜센터 직원들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이용해왔다”며 “지난주 병환으로 입원 중인 장인어른을 간병했는데 오늘 콜센터에서 대거 확진자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너무도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오전 9시 50분께 입주민과 입주사 직원 등을 위한 간이 선별진료소가 건물 뒤쪽에 설치되면서 본격적인 진료가 시작됐다. 진료소에서는 의료진이 입주민·입주사 직원들의 체온을 재고 콧속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의료진 15명이 대거 투입됐지만 오전 한때 대기인원이 최대 130여명에 달할 정도로 수십 미터 넘게 늘어선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진료소에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1m 간격은 유명무실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구체적 문진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진료소에는 건물 입주민과 입주사 직원뿐 아니라 지난 주말 건물에 입주한 예식장에 방문했던 하객과 평소 건물 내 상점을 이용했던 주민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건물 내 나머지 엘리베이터 한 대는 2층 예식장과 3·4층의 연회장까지만 운행되지만 예식장 손님들이 다른 엘리베이터에 탔다면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건물에는 예식장 외에도 산후조리원과 스타벅스 커피숍, 140개 규모의 오피스텔도 입주해있다. 지역 내 대규모 전파·확산 가능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근처 상인들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인근 상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오늘은 가게 마감도 한 시간 앞당기고 아르바이트생도 일찍 보냈다”며 “말로만 듣던 코로나가 바로 눈 앞 건물에서 집단으로 발생할 줄 몰랐다”고 전했다. /방진혁·김태영기자 bread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