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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포장만 그럴싸한 마스크 대책

이재명 성장기업부





“정부가 마스크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데 자금을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중소업체들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넘쳐나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때는 설비를 놀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정부가 생산업체의 설비 증설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이처럼 온도 차가 느껴진다. 정부 구상은 마스크 품귀를 해소하기 위해서 70억원의 예비비를 투입해 기존 업체의 생산설비 투자를 지원하면 하루 300만장 이상의 마스크를 더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스크 업체들은 이를 반기는 기색이 많지 않다. 임시방편으로 설비를 늘려놓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 이후에는 공급과잉으로 마스크 가격폭락 사태를 맞을 수 있어서다. 기껏 만들어놓아야 원가를 못 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신종바이러스 출현이 잦아지고 있고 미세먼지 수요를 감안하면 가격폭락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지만 설비를 늘려놓고 놀려야 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것이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더구나 마스크 업체들이 영세하다 보니 아무리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도 제 돈도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들어 증설할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마스크 업체들은 과잉투자를 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지난 2018년부터 미세먼지 이슈로 마스크 생산에 영세 업체들이 우후죽순 뛰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기대’했던 것보다 미세먼지가 강하지 않자 이중 절반이 문을 닫았다. 공급과잉이 악몽이 된 것이다.

그나마 버텨온 마스크 업체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특수를 맞고 있지만 언제 사라질 신기루가 될지 걱정이다. 앞으로 저가 중국산마저 밀려들면 더 속수무책이다. 영세 업체일수록 증설에 따른 폐업 위험도 크다. 이런 트라우마가 있는 마스크 업체에 정부가 지원해줄 테니 생산설비를 늘리라고 하는 것은 업계 상황을 너무 모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사기 충분하다. 코로나19가 문제 되기 시작한 지난달 초에 정부가 조용히 마스크를 비축해놓았으면 지금과 같은 ‘대란’은 없었을 텐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 보니 현장에 잘 먹히지 않는 대책들을 ‘긴급대책’으로 포장해 쏟아내는 것이 정부 마스크 대책의 현실이다.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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