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CHOSUN 대표 콘텐츠로 등극한 ‘미스터트롯’의 출연자들이 ‘아내의 맛’ 등 예능프로그램에 속속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지 않는 출연자들까지 나오면서 ‘아내의 맛’, ‘연애의 맛’ 시리즈 이름을 딴 ‘트로트의 맛’을 따로 만드는 게 낫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0일 방송된 TV CHOSUN 예능프로그램 ‘아내의 맛’에는 ‘미스터트롯’ 참가자 노지훈이 출연해 아내인 레이싱 모델 이은혜와 15개월 된 아들과의 일상을 공개했다. 이날 방송은 시청률 10.4%(닐슨코리아/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고, 방송 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노지훈’이 계속해서 오르내리면서 화제성을 입증했다.
‘미스터트롯’이 대세를 이끌고 있는 시점에서 노지훈의 ‘아내의 맛’ 캐스팅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내의 맛’은 ‘미스터트롯’의 후광 효과를 누릴 수 있고, ‘미스터트롯’ 본선 3차전에서 아쉽게 탈락한 노지훈도 인기를 이어갈 수 있는 ‘윈윈 전략’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노지훈보다 먼저 ‘아내의 맛’에 출연하고 있는 홍잠언, 임도형에 대해서만큼은 시청자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콘셉트에 ‘트롯의 맛’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면서까지 초등학생들을 억지로 끼워넣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미스터트롯’에서 조기 탈락해 아쉬움을 샀던 홍잠언, 임도형의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는 점은 반갑지만, 프로그램의 정체성까지 파괴한 것은 출연자 돌려 막기로 보일 수밖에 없다.
TV CHOSUN은 앞서 ‘미스트롯’으로 인기에 힘입어 한 차례 시청률 반등의 맛을 본 바 있다. ‘미스트롯’ 출연자였던 정미애는 남편·자녀들과 함께 ‘아내의 맛’의 출연했고, 미혼인 숙행은 ‘연애의 맛’에 출연해 소개팅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두 사람은 각각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게 출연하면서 화제성을 잘 이용한 예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미스트롯’의 우승자 송가인이 미혼임에도 ‘아내의 맛’에 부모님과 함께 출연하면서 “대체 송가인은 왜 나오는 거냐”는 질문이 쇄도하기도 했다. ‘아내의 맛’ 측은 방송 1주년 기념 확장판 ‘엄마의 맛’ 특집에 송가인이 나오는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생뚱맞다는 의견이 많았다. ‘미스트롯’이 기대보다 더 큰 화제를 모으자 송가인을 출연시키기 위해 일부러 특집을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기세를 몰아 TV CHOSUN은 송가인의 이름을 건 예능 ‘송가인이 간다 - 뽕따러 가세’를 론칭했다. 이 프로그램은 최고 시청률 7.8%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결국 ‘미스트롯’ 후광 효과를 누리는데 성공했다.
현재 ‘미스터트롯’은 종편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는 등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 인기에 힘입어 ‘미스터트롯’ 결승전을 치르기도 전에 출연자들을 우후죽순 예능에 노출시켜 시청률 상승에만 집중하고 있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처럼 같은 구성의 프로그램이 다시 흥행에 성공했다면 이번엔 단순한 화제몰이보다 정체성이 뚜렷한 독립된 콘텐츠로 출연자들의 공간을 확장하는데 신경을 쓰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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