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대 승부처인 미시간을 포함해 미주리와 미시시피·아이다호주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을 꺾고 압승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주 ‘슈퍼화요일’에서 크게 승리한 데 이어 샌더스 의원과 사실상 2파전 구도로 처음 치른 이날 ‘미니 슈퍼화요일’에서도 승세를 이어가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에 한층 가까이 다가가게 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시간주에서 52.9%의 지지를 얻어 36.4%에 그친 샌더스 의원을 따돌렸다. 미시간주는 이날 경선이 치러진 6개 주 가운데 가장 많은 대의원(125명)이 걸린 곳이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중 하나로 오는 11월 대선의 향방을 가를 경합주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은 미시간을 11월 대선의 ‘시험대’로 본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미국의 축소판인 이곳의 결과는 본선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를 판별할 가늠자라는 것이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2016년 이곳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이겼지만 이번에는 패배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주리주에서도 60.1%를 획득해 샌더스 의원(34.6%)을 눌렀으며 개표가 98% 진행된 미시시피주에서는 81.0%의 지지를 얻어 14.9%에 그친 샌더스 의원에게 압승을 거뒀다. 아이다호주에서도 바이든은 48.9%로 42.5%인 샌더스를 제쳤다. 샌더스 의원은 노스다코타주에서만 53.3%를 획득하며 바이든(39.8%)에 이겼고 67% 개표가 진행된 워싱턴주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미시간에서 이기면서 샌더스 의원에게 중대한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경선 시작 전 ‘대세론’까지 거론됐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초반 참패로 위기에 몰렸지만 4차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승리를 발판으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슈퍼화요일 전후로 중도후보들의 지지를 받아 저변이 급격히 넓어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밤 연설에서 “우리는 함께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것이고 이 나라를 하나로 합칠 것”이라고 통합을 역설하며 승자의 여유를 보였다.
CNN은 “오늘 밤은 민주당 경선 싸움에서 전환점”이라며 “바이든과 샌더스의 첫 정면 대결이지만, 그것은 그 이상”이라면서 향후 선거운동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오늘 밤은 변곡점”이라고 짚었다.
이날 샌더스 의원은 별도 연설 없이 침묵을 이어가면서 거취 고민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CNN은 샌더스 의원이 그의 미래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샌더스 의원의 한 참모는 그가 미시간에서 압승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미시간 선거 결과가 선거운동을 되살리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과 샌더스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각각 클리블랜드와 오하이오주 유세를 취소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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