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사상 초유’였다.
‘미스터트롯’ 결승전은 시청률 35.7%라는 종편 사상 최고 신기록을 세우며 역대 종합편성채널 ‘최강자’로 우뚝 섰다. 순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때는 무려 1,000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동시 시청하는 등 종편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으나 프로그램 진행은 그 인기만큼 매끄럽지 못했다.
새벽까지 뜬 눈으로 ‘미스터트롯’ 우승자를 기다리던 1,000만명의 시청자들은 ‘사상 초유’의 방송사고를 목격해야했다. 중간점수까지 1위는 이찬원, 2위는 임영웅 이었고, 실시간 문자투표로 마지막 결과가 나와야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결론적으로 최종 순위를 알 수 없었다.
베테랑 MC 김성주도 당황했다. 김성주는 계속 지연되는 결과 발표에 “저 좀 살려주세요”라며 너스레를 떨었으나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성주는 결국 “정확히 하기 위해서 새벽 내내 걸릴 수도 다음날 오전까지 걸릴수도 있다”며 “발표를 보류하고 다음주 특집 방송에서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찬원과 임영웅은 무대에 주저앉았고, 심사위원들도 유례없는 방송사고에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후 제작직은 공식 입장을 통해 “총 773만 1,781콜이라는 문자 투표수가 단시간에 한꺼번에 몰렸다”며 “결승진출자 7명의 득표수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서버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져 투표수를 완벽히 집계해내는 데 수 시간 혹은 수 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불가피하게 최종 발표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뒷맛은 씁쓸하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제작진의 뒤늦은 입장문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미스터트롯’은 코로나19 사태로 결승 녹화를 한 차례 취소한 바 있다. 결승전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심지어 지난주 준결승전 시청률은 30%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770만콜 수준의 문자투표수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말은 ‘사과’ 보다는 ‘변명’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우승자 발표 보류가 높은 시청률을 이어가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방송사고가 아니라 ‘미스터트롯’의 높은 화제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악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자집계에 일주일가량이 걸릴 것이라던 제작진은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결승전 결과를 14일 특집편성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시청자들은 이미 생방송 경연에서 느낄 수 있는 묘미와 우승자 발표의 카타르시스를 놓쳤다. 그것은 단순히 우승자가 누구인지 알고자하는 ‘정보’의 차원을 벗어난 것이기에 분노는 더욱 높다. 공정성 논란과 불공정 계약 논란 등 계속되는 잡음에도 여전히 ‘미스터트롯’을 향해 애정을 보내던 시청자들은 그 기대만큼 큰 실망과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마스터들 각각의 개별 점수와 문자 투표 집계 상황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과연 14일 ‘미스터트롯’ 제작진이 특집편성을 통해 돌아선 신뢰를 회복하는 데 성공할지 분노한 여론이 매섭게 주목하고 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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