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유가가 이틀 연속 폭락했다. 산유국 간 감산 갈등에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를 견제하겠다는 러시아의 강경 행보까지 겹쳐 당분간 유가에 대한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돼 재정이 취약한 일부 산유국들은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5%(1.48달러) 하락한 31.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한때 30.02달러까지 하락하면서 30달러 선도 위협받았다. 원유가 이날 급락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미국의 석유 패권전쟁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유럽발 입국금지로 여행업 등의 원유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더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NBC방송은 원유시장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유럽 항공노선 중단으로 하루 60만배럴의 항공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석유 의존도가 높고 경제난을 겪고 있는 국가들은 이번 유가 하락으로 더욱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석유·가스가 재정수입의 75%를 차지하는 아제르바이잔 등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가전쟁은 국가의 주요 수입원에 대한 ‘잔인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콜롬비아와 브라질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도 베네수엘라에는 부담이다.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에서는 물과 비누로 손을 씻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며 일부 병원의 경우 물이 부족해 병원 직원들이 페인트통을 화장실 대용으로 사용하고 의료진 장갑 등도 여러 번 재활용한다고 보도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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