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건을 기소유예 처분 하는 것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기소유예는 기소는 하지 않지만 혐의는 인정된다는 처분이다. 이 처분이 헌재에서 취소되면 검찰은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
헌재는 휴대전화 충전기 절도 혐의를 받은 A씨와 보험금 신청에 대한 사기 혐의를 받은 B씨 등이 각각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처분 취소를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2월 서울 용산구의 한 독서실에서 다른 이용자의 충전기를 가져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헌재는 A씨에 대해 “절도의 범의가 있었다거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해당 독서실이 자유석과 지성적이 혼재돼 있어 공용 충전기라 착각할 수 있는 점, 청구인이 충전기를 두고 간 좌석이 자유석이었던 점을 고려했다. 헌재는 “A씨가 충전기를 놓고 나간 곳은 자유석 책상 서랍이었으므로 독서실 관리자에 의해 수거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A씨의 점유 상태로 이전된 것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B씨 등은 2016년 1월~2017년 2월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초음파 검사 등을 받았다. 그러나 보험사에 제출한 진료기록에는 보험금 지급률이 더 높은 입원치료 검사를 받은 것처럼 기재돼 있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사기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헌재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관련 정황에 비추어볼 때 보험금 수령자(청구인들)의 사기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B 씨 등이 ‘입원 치료 시’로 진료기록에 기재해달라고 요청한 바가 없고 진료기록 기재에 관여한 정황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해당 의사는 추후 입원하면서 실질적인 진단이 이뤄졌기 때문에 ‘입원 치료 시 검사’를 받았다는 기재 방식은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헌재는 “의사가 아닌 A씨 등이 이런 방식의 진료기록 기재가 허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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