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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옥시덴털석유





1961년 리비아에서 대규모 석유매장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채굴권을 따내려 오일업체들이 몰려들었다. 거대 석유 메이저들 사이에서 중견기업인 미국 옥시덴털석유도 명함을 내밀었다. 당시 옥시덴털 회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영권을 잡은 아먼드 해머. 리비아와의 협상을 앞두고 품질 좋은 양피지를 구해오게 한 그는 제안 내용을 정성스레 적었다. 그리고 리비아의 상징색인 초록과 검은색 끈으로 양피지를 묶어 협상 테이블에 제출했다.

상대방에 최대한의 존중을 표한 것이다. 이 전략이 통했는지 리비아는 옥시덴털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1920년 설립 당시 화학제품 처리기업에 불과했던 옥시덴털이 성장가도를 달리게 된 계기다. 이후 옥시덴털은 북해 유전 개발 참여 등으로 존재감을 급속히 키워갔다. 2000년대에는 셰일오일 사업에 뛰어들어 다시 한번 도약했다.



정점은 지난해 5월 셰일 전문기업 아나다코페트롤리엄 인수였다. ‘세기의 오일 전쟁’으로 불린 아나다코 인수전에서 옥시덴털은 후발주자였다. 셰브런이 먼저 500억달러 계약을 맺었으나 옥시덴털은 더 높은 가격(550억달러)을 제시해 전세를 뒤집었다. 그 뒤에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있었다. 옥시덴털이 긴급지원을 요청하자 버핏은 인수 성공을 조건으로 100억달러를 선뜻 투자했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세계 최대 셰일오일사로 올라선 옥시덴털의 셰일오일 생산량은 하루 50만배럴을 넘는다. 연 매출도 약 200억달러로 7대 석유메이저에 이은 ‘넘버8’이다.

잘 나가던 옥시덴털 등 미국 셰일 업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 증산 경쟁에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유가가 손익분기점(배럴당 40~50달러) 아래로 급락하자 손실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옥시덴털은 주당 79센트였던 분기 배당금을 11센트로 낮추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유가 반등이 쉽지 않기 때문에 셰일 업계의 시련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셰일혁명으로 유가 주도권을 회복한 미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 전개다. 미국·사우디·러시아 등 원유시장 ‘3대 거인’의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가 국제정세를 어떻게 흔들어놓을지 주목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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