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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버텼는데..폐렴소견에 수술 직전 취소"

■ 코로나에 두번 우는 암환자들

간단한 시술도 미열 땐 무한 대기

증상 나빠져 위험한 상황 오기도

면회 제한에 가족·보호자도 고통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혹시 ‘코로나19’일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예정됐던 수술이 갑자기 취소됐습니다.”

지난 13일 대전의 한 대형병원에서 폐암 관련 수술을 받을 예정이던 폐암환자 A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수술 직전 실시한 엑스레이 검사에서 폐렴 소견이 나오면서 병원이 돌연 수술을 취소한 것이다. 폐암환자들 가운데 일부는 폐렴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병원은 A씨를 코로나19 진단검사 대상자로 분류했다. 그동안 수술날짜만 손꼽아 기다려온 A씨는 또 다시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시간이 곧 생명과도 같은 암환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병원의 진료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지면서 급히 진료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암환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폐암환자들의 경우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을 지닌 탓에 병원진료에 앞서 진단검사를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선별진료소에서 환자들이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흉강에 물이 차는 흉수 증상으로 이달 초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을 찾았던 폐암환자 B씨는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흉수를 제거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미열이 발목을 잡았다. 평소에도 늘 미열을 달고 살던 B씨였지만 병원은 코로나19 진단검사부터 먼저 받으라고 했다. 휴대용 산소발생기 없이는 호흡이 힘든 B씨에게 선별진료소에서의 오랜 대기는 억겁의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병원 측에 검사를 조금만 앞당겨줄 수 없느냐고 사정했지만 묵살됐다. 결국 1시간 30분밖에 쓸 수 없는 휴대용 산소발생기가 꺼지고 나서 B씨의 상태가 악화되자 그제야 병원은 B씨를 격리실로 옮겼다. B씨의 딸은 “좀 더 빨리 시술을 받았으면 금방 귀가했을 텐데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됐다”며 “같은 증상으로 여러 번 병원을 다녀갔던 환자를 위험한 상황에 방치했다는 게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고통스러운 것은 보호자들도 마찬가지다.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 중인 C씨는 “아버지가 집에 가고 싶어 하고 병원도 퇴원권유를 했지만 증상이 악화돼 다시 병원에 와도 코로나19로 재입원이 어려운 만큼 쉽사리 퇴원도 못한다”며 “아버지의 마지막 바람도 못 들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플 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폐질환 환자의 보호자는 “코로나19로 면회와 전화가 모두 차단돼 병원에 요청해 (아버지)사진을 받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전했다.

암환자와 가족들의 호소에도 보건당국은 아직 별다른 지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환자 진료와 관련된 부분은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방역대책본부 차원의 별도 진료지침은 없다”고 밝혔다. 질본이 만든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에도 코로나19와 증상이 비슷한 중증환자의 내원 시 병원이 따라야 할 구체적 진료지침은 명시돼있지 않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국가 차원의 지침이 없다 보니 병원 규모나 선별진료소 설치 유무에 따라 병원마다 대처가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태·김혜린·곽윤아·이승배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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